월스트리트저널 21일 자 스포츠 페이지 헤드라인이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베이거스가 리그 참가 첫 해 거둔 놀라운 성적을 연고지(라스베이거스)와 연결 지은 제목이다. 베이거스는 21일 열린 NHL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결승 5차전에서 위니펙 제츠를 2-1로 꺾고, 4승1패로 스탠리컵 결승(NHL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라스베이거스 연고 NHL 신생팀
다른 팀 버린 선수들 모아 ‘잭팟’
첫 시즌 결승행은 50년 만에 처음
팀 선전 덕분 총기난사 아픔 잊어
베이거스는 지난해 6월 확장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단을 꾸렸다. 기존 30개 팀이 지정한 보호 선수를 뺀 나머지 선수 중에서 1명씩 뽑았다. 보호 선수에 들지 못한 ‘루저’들이 ‘사막의 도시’에서 ‘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 베이거스는 NHL의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 814억원)을 잘 활용해 다른 구단이 내놓은 ‘알짜’를 붙잡았다.
김정민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베이거스 돌풍은 선수의 이름값보다 실속에 초점을 맞춰 스카우트한 뒤, 그들의 숨은 능력을 극대화한 결과다. 피츠버그에서 ‘큰 경기에 약하다’고 비난받던 베테랑 수문장 마크 안드레 플러리(34·캐나다)는 베이거스로 옮긴 뒤 ‘최고 승부사’로 거듭났다. 윌리엄 칼슨(25·스웨덴), 조너선 마셰소(28·캐나다) 등 전 소속팀에서 어깨를 움츠렸던 선수들도 기회가 주어지자 펄펄 날았다”고 설명했다.
플러리는 플레이오프 15경기에서 평균실점 1.72점, 세이브 성공률 94.5%를 기록했다. 칼슨은 정규리그에서만 43골-35어시스트로 반란의 선봉장이 됐다. 1m75㎝ 작은 키 탓에 플로리다의 보호 선수에서 빠졌던 마셰소는 27골-48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제라드 갤런트(55) 감독은 지난 시즌 플로리다에서 22경기 만에 경질됐고, 조지 맥피 단장도 워싱턴 시절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둘 다 베이거스에서 재기했다.
지역지 라스베이거스 리뷰 저널은 ‘골든 나이츠가 라스베이거스의 눈물을 미소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를 겪었다. 야외 콘서트장 총기 난사로 58명이 사망했고, 500여명이 다쳤다.
베이거스는 홈 개막전 때 헬멧에 ‘베이거스 스트롱(라스베이거스는 강하다)’이라고 적고 경기에 나섰다. 허리케인 하비 피해주민을 위로하기 위해 ‘H Strong(휴스턴은 강하다)’란 패치를 달고 월드시리즈에 출전해 우승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본뜬 것이다. 지역 단합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역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베이거스를 응원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은 1만7500석인 홈구장 T-모바일 아레나를 항상 가득 채운다. 베이거스는 동부 콘퍼런스 우승팀과 스탠리컵 주인을 가린다. 동부 콘퍼런스 결승에선 3승2패로 앞선 탬파베이가 워싱턴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