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섬나라 정상 불러 “CVID,대북 압력 계속”외친 아베 총리

중앙일보

입력 2018.05.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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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아와키(いわき)시에서 폐막된 ‘태평양·섬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 방법에 의한 폐기(CVID)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9일 오전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기대하며, 북한에 대한 압력을 유지한다”,“해상 환적 등으로 제재를 피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어 “일본인 납치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가 중요하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태평양ㆍ섬 정상회의’는 1997년부터 3년마다 일본에서 개최돼왔다. 이번이 8회째다. 

아사히 "한일중 회의때 못 넣은 문구, 이번 선언엔 넣어" 비아냥

이번 회의엔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해 사모아와 쿡 제도ㆍ피지ㆍ마샬제도ㆍ미크로네시아 연방ㆍ파라오 등 17개 국가와 2개 지역(뉴칼레도니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정상이 참가했다.
 
기본적으로 태평양 도서 지역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지역 내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해온 회의다.
 
이 회의가 발표해온 공동선언에 북한 관련 문제가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정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압력 유지’ 목소리를 높여온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건 물론이다. 
 
아베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 이행이라는 공통의 입장에 기초해 북한에 대해 압력을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9일 도쿄에서 열린 한ㆍ일ㆍ중 정상회의 공동선언엔 담지 못한 CVID를 이번 선언에선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9일 오전 일본 도쿄 영빈관 '하고로모노마'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문제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키 플레이어들과의 정상회담에선 관철하지 못한 표현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 않은 태평양 도서국가들과의 정상선언에는 어떻게든 넣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번 회의에선 공해상 등에서 불법 환적의 방법으로 이뤄지는 북한의 밀수에 대한 대응책 논의가 심도있게 이뤄졌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 참석한 사모아와 마샬제도의 경우 이 곳을 근거지로 설립된 유령회사가 북한 화물의 환적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북한 선박과의 환적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제3국의 선박이 이들 나라의 선박으로 선적을 바꾸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이들 섬 나라의 경우 배타적 경제수역은 넓은 데 비해 해상보안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베 정권은 도서국가들의 해상보안능력 구축을 지원키로 했고, 향후 3년간 5000명 이상의 인재육성ㆍ교류 사업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이 고안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