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한반도를 통과하는 거의 모든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 같은 곳이에요. 여기서 태풍이 발생하기 전부터 소멸할 때까지 태풍의 일생 전체를 지켜보죠."
김대준 국가태풍센터 예보관이 상황판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는 “어떤 게 태풍으로 발달할지 모르기 때문에 근무 중에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한반도에는 여름철을 중심으로 1년에 3개 정도 접근하지만, 남쪽 태평양 열대 바다에서는 1월부터 12월까지 평균 25개씩 생겨난다.
온난화로 태풍 점점 강력해져
국가태풍센터에서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기관들이 태풍에 대비한다.
강 팀장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한 해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의 수는 6.1개 줄어든 반면 풍속은 초당 1.3m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1937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을 통과한 태풍의 바람 순위 10개 중 7개가 2000년 이후에 기록됐을 정도다.
올여름부터 맞춤형 태풍 정보 제공
이에 국가태풍센터는 올여름부터 누구나 접속해 볼 수 있는 태풍 상세정보 홈페이지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새로운 서비스는 다음 달에 첫 발생하는 태풍에서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한국을 거쳐 가는 태풍 중에 이동 경로가 급격하게 꺾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재작년에 제주 지역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다. 이를 위해 예보관들은 슈퍼컴퓨터로 예측한 모델 자료와 관측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1시간 간격으로 태풍의 진로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전국 시·도별로 태풍의 최근접 예상 시간과 거리에 대한 맞춤형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태풍 ‘차바’는 서울을 기준으로 10월 5일 11시에 420㎞로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강 팀장은 “선택한 지역에 따라 최근접예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동 경로 자체가 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일단은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최악 피해 준 태풍은 ‘루사’
국립기상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 태풍 피해 분포도’에 따르면, 1982년 이후 한국에 영향을 준 62개의 태풍 중 피해액 규모가 가장 컸던 태풍은 2002년에 발생한 ‘루사’였다. 당시 약 5조의 피해가 있었으며, 30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했다.
바람이 가장 강력했던 태풍은 2003년에 전국을 강타한 매미였다. 당시 제주에서 기록된 일최대순간풍속은 무려 초당 60m나 됐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