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성한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구사했다. 중국까지도 역대 최대치의 경제 제재에 동참시키며 지난 1년 간단없이 압박했다. 그가 김정은과 마주 앉겠다고 한 이후 ‘최대한의 관여’가 주목받고 있다. 비핵화한 북한의 경제부흥, 이른바 북한판 ‘신 마셜 정책(Marshall Plan)’이란 용어가 언론·학계에서 나오더니 “북한을 한국처럼 번영하도록 돕겠다”는 폼페이오의 언급 이후엔 화두가 됐다.
2차 세계대전 뒤 유럽 부흥 이끈 마셜 플랜 70주년
김정은, 전략적 결단으로 북한판 플랜 기회 잡아야
다음 달 12일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완전한 비핵화를 하라, 그러면 찬란한 미래가 온다.” 마크 내퍼 주한 대사 대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김정은이 옳은 선택을 하면 북한과 주민에게 밝은 미래가 열린다’고 한 연설이 현재 미국이 북한에 제시하는 비전의 바탕”이라고 했다. 중국과도 비핵화한 북한을 국제경제망에 편입시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고, 이를 통해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도모하려 한다고 했다. 전략적 이해가 맞서는 중국과의 복잡성이 있지만, 북한판 마셜 플랜의 얼개가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와 국제화를 통한 번영’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인데, 망명한 태영호 전 북한 영국 공사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핵 해법은 "김정은체제 권력구조의 보강 과정으로, 결국엔 비핵화 종이로 포장된 핵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완전한 비핵화의 필수 과정인 전면적 핵사찰은 북한의 수령 권력 구조를 허물게 돼 김정은이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25년간 보여준 기만사도 비관적 전망의 배경이다.
2년 후 트럼프는 재선의 갈림길에, 경제 총력 노선으로 방향을 튼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의 성패 심판대에 선다. 회담이 무산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2020년을 함께 보며 싱가포르에서 대좌한다. 북한판 마셜 플랜의 길이 열리느냐도 드러날 거다. 관료라기보다는 외교전사란 말이 더 어울리는 존 볼턴 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를 좌우에 포진한 거래의 달인 트럼프에게 ‘가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도발 ‘과거사’와 인권 문제를 덮을 수도 있다. 김정은에겐 기회다. 그가 걱정하는 체제 안정은 내부의 문제다. 억압적 폐쇄 체제는 언젠가는 무너진다. 그러나 인민들에게 ‘고기’를 먹이고 점진적이나마 억압체제를 개선해 나가면 저항 지수도 낮아진다. 마셜 플랜의 주창자 조지 마셜 국무장관은 유럽을 부흥시킨 공로로 195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김수정 정치국제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