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나. 남편은 간신히 걸어서 화장실에 간다. 채널을 기억하기도 한다. 더는 호전되지 않는다. 중간에 패혈증(전신 혈액에 세균이 감염) 쇼크로 병원에 실려 갔다. 담석 수술을 받았다. 혈당 조절이 안 돼 늘 인슐린 주사를 놓는다.
10년 집서 간병 이영춘씨 하소연
대개 하루 60분, 월 24만원 지급
- 왜 가족 요양을 포기했나.
- “가족 요양보호사에게 나오는 돈만으로 생활할 수 없다. 집세를 겨우 충당할 정도다.”
- 요양원에 보내면 되지 않나.
- “주변에서 ‘왜 바보처럼 사느냐’고 말할 때 가슴 아프다. 그리하면 내가 못 살 것 같다. 같이 밥 먹는 게 너무 행복하다. 대변을 시원하게 봐도 이쁘다. 가족 관심에 따라 병이 달라진다. 항상 남편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당신 없이 못 산다.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남편은 약이 아니라 사랑을 먹고 좋아졌다. 항상 안아준다.”
- 어떻게 제도를 바꿔야 하나.
- “가족이 돌보게 유도해야 한다. 일반 요양보호사처럼 하루 3~4시간, 26~27일 인정해야 한다.”
가족 요양보호사 인정 시간(하루 1시간, 월 20일)의 수가는 41만5800원이다. 일반 요양보호사(3등급 약 119만원, 1등급 약 140만원)나 요양원 입소(약 150만원)에 비해 훨씬 적다. 41만5800원에서 환자 부담을 제하고 35만3000원이 재가센터로 간다. 가족 요양보호사는 반드시 재가센터에 등록하게 돼 있다. 센터 관리비를 제하면 평균 24만원을 가족 요양보호사가 받는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할 때 가족 요양 인정시간은 ‘하루 1시간 반, 31일’이었다. 2011년 1시간, 20일로 축소했다. 또 월 160시간 이상 다른 일을 하면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하지 않고 돌봐야지, 퇴근 후에 돌보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규정을 강화한 이유는 집에서 부모를 돌보던 자녀들이 대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기 때문이다. 2009년 가족 요양보호사가 2만8439명에서 2011년 4만5299명으로 급증했다. 지금도 꾸준히 늘어 가정방문 요양보호사의 29%에 달한다.
고령화시대 가족돌봄 유도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돈만 받고 방치하거나 서비스 질을 체크할 방도가 없고, 부모 돌봄 당연한 건데 왜 돈을 주느냐”고 반박한다. 최종희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장은 “가족 돌봄에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어서 연말까지 제도 개선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가족 요양을 인정하지 않는다. 독일은 요양보호사 파견 서비스를 받든 지 현금(파견비용의 50%)을 받든 지 선택할 수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요양도 사회적 돌봄의 일환이다. 가족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의미에서 가족 요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돌보는 부모 수당도 논란
최근에는 장애인 활동 지원에도 ‘가족 돌봄’ 논란이 일고 있다. 활동보조사가 파견돼 장애인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중증장애인의 부모가 활동보조사 일을 할 경우 가족 요양보호사처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박태성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석부회장은 “와상 상태의 뇌병변 장애인이나 1급 발달장애인은 활동보조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 기저귀 갈아야 하고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다. 부모가 케어할 수밖에 없어 이런 경우에만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도 여기에 동조한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게 목적인데 가족 활동 지원을 인정하면 취지에 역행하고, 돌봄 책임을 다시 가족에게 떠넘기게 된다”고 반대한다. 이와 관련, 조남권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