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김우수)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이영학은 황갈색 수의에 수갑을 차고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채 출석했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에 머리는 삭발한 상태였다.
살인 등 혐의로 1심서 사형 선고
변호인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사형 선고는 다시 살펴봐달라"
반면 검찰은 “이영학에게 적용된 죄명이 14개다. 살인이라는 범행을 한 것도 나쁘지만,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피고인에 대해서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이 사형이 선고 된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의 친구인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인 뒤, 추행 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딸과 함께 A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군의 야산에 유기하기도 했다. 또 아내(사망)가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한 뒤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폭행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영학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엽기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이라며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의 사형 선고는 지난 2016년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 임모(29) 병장에 대한 대법원의 사형 확정 판결 이후 2년 만이었다.
이영학은 재판 당시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는가 하면, 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자서전 집필 계획을 밝히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는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문맥과 진술 태도 등에 비춰 유족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이라기보다 조금이라도 가벼운 별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위선적 모습“이라며 심신미약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는 바람에 깊이 있는 수사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이 사건은 피고인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범죄인 만큼 사람을 살해한 동기가 무엇인지, 치밀한 계획 범죄인지 우발적인 범행인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살해 당시 범행 도구로 쓰인 ‘물에 젖은 수건’에 대해서도 보완 설명을 할 것을 검찰 측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물에 젖은 수건이 왜 침대 옆에 있었는지, 우연히 있었던 것인지 계획적으로 놓여 있던 것인지가 살해 동기를 파악할 때 중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측은 해당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보면 이양에 대한 심리 발달 상태,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심리 분석이 전혀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다. 이양의 심리 상태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심리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의견을 밝히라고 밝혔다. 이양의 변호인 측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심리 분석을 진행한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학과 딸 이양의 항소심 재판은 6월 21일 속행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