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최근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제휴가 우리나라 미디어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훼손하는 계기가 될 것을 우려한다”며 “당국의 현실적인 보호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자사 인터넷TV에 넷플릭스의 콘텐트를 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휴를 맺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 세계 190개국에 총 1억250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콘텐트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올해만 8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콘텐트 확보에 계속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방송협회는 “글로벌 미디어 공룡인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미디어시장을 장악하고자 시도해왔지만 지상파 방송은 미디어 산업계 전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적절히 보호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불합리한 조건으로 제휴하면서 이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방송협회는 “이러한 부당한 제휴는 콘텐트 유통질서를 교란함과 동시에 미디어 산업의 생태계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며 “6년 만에 VOD 시장의 90%를 해외기업에 내준 영국의 사례에서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국내 콘텐트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투자 감소와 저가 콘텐트의 양산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협회는 한국의 콘텐트 제작자들이 넷플릭스의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방송협회는 “몇몇 소수의 콘텐트 제작자들은 넷플릭스에 납품해 연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넷플릭스의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며,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생산한 콘텐트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 유통하게 될 것”이라며 “한류의 해외 확산 기회를 해외 거대콘텐트 사업자가 빼앗아가도록 내버려 두는 우를 범하게 돼 재주는 국내 콘텐트 제작사가 부리고, 돈은 해외 거대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버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