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은 북·미 핵 협상 역사의 산증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4~ 2008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내며 강석주 당시 외무성 제1부상과 함께 북핵 협상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다. 2008년 평양을 방문한 미국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미국이 협상에 진지하지 않다”며 “거래는 끝났다”고 선언한 인물도 김계관이었다.
과거 북핵 협상 주역 김계관 재등장
이날 담화가 김계관의 개인 명의라는 점도 중요하다. 김계관은 2010년 강석주의 뒤를 이어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했으나 이듬해 김정은 집권 후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75세인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다 북한이 돌연 김계관 카드를 꺼내 ‘나’라는 주어를 쓰는 담화를 낸 건 이 담화가 김정은의 재가를 받은 북한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그래서 북한이 아직 북·미 협상의 판을 깨겠다는 건 아니란 관측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식으로 판을 깨려고 했으면 정부 등 공식 기관의 성명이나 담화 형식을 취했을 것”이라며 “대미 협상력을 높이면서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장치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