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드루킹과 김경수 후보 간에 당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캐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달 16일(2차 기자회견) 그 만남에 대해 “사무실에 갔더니 소위 말하는 전문 직종에 있다는 그 회원들과 인사 상견례를 하고 대선 후에 이런 정책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드루킹을 처음 만난 건 2016년 총선(4월 13일) 직후라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 직후 드루킹 행적
국정농단 의혹 나오자 김경수 만나
블로그에 “노무현의 칼 될 것” 올려
최측근 초뽀의 USB 속 엑셀파일엔
기사 제목에 활동사항등 상세 기록
드루킹은 이날부터 더불어민주당 온라인 가입 운동도 전개했다. 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 대통령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당원인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가입을 독려했다.
드루킹은 10월부터 댓글 조작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구체적 성과 측정까지 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드루킹의 측근 ‘초뽀’ 김모씨로부터 확보한 USB에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9만여 개 기사의 일련번호-기사 제목-기사 주소(URL)-활동사항-선플작업-네이버 메인 확보 여부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네이버의 메인 기사로 선정될 경우 ‘비고’란에 ‘메인 확보’라고 표식을 남겨 실제 댓글 조작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냈는지도 기록으로 남겼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관련 지침도 나온다. 킹크랩을 이용해 작업한 사람은 10명 안팎의 핵심 회원이고 나머지는 공용대화방에서 작업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중 ‘선플작업’의 경우 그해 9월 초 창립된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문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창립총회(9월 3일)에서 문 대통령은 “SNS 공간에서 대대적인 선플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독려했다. 이를 두고 드루킹이 운영에 관여한 ‘경인선’ 블로그에는 “깨어 있는 의식들이 하나로 모여 한몸으로 움직일 때에만 가능하다. 악의적인 댓글이 보이면 비공감을 누르거나 심한 악플에는 신고를 해주셔도 좋다”는 글이 올라왔다. 겉으로는 선플운동이라지만 조직적 여론전을 암시한 듯한 구절이기도 하다.
경찰은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 200여 명이 그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5만~10만원씩 김경수 후보에게 후원금 2700만원을 보낸 대목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초뽀의 USB에 담긴 후원금 리스트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은 200여 명 중 80%가량이 11월 17일부터 개인 계좌를 이용해 김 후보 후원회 공식 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공모 단체 자금이 투입된 ‘쪼개기 후원금’이 아닌지 수사 중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