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진 기자 싱가포르 가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EAI) 정용옌(鄭永年) 소장은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자원빈국인 데다 외교적으로도 강국에 둘러싸여 생존을 고민해 온 역사가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싱가포르의 DNA엔 ‘실용’과 ‘중립’이라는 두 단어가 깊이 박혔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강소국으로서 싱가포르는 ‘중간 지대’로서의 생존법을 터득했으며, 이번 북·미 회담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허브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정 소장은 “도시국가이자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어느 한 세력에 경도되면 생존이 위험하다는 관점에서 견제와 균형을 항상 중시해 왔다. 모든 국가와 민족이 조화를 이루는 일종의 만남의 장소(meeting point)인 셈”이라며 “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과 한국 등 모든 관련국들에 최고의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현지 외교 전문가들 “실익” 강조
“싱가포르 합의라는 이름 남을 것”
그런 싱가포르에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미들맨’ 역사의 화룡점정이 될 전망이다. 정 소장은 “정상회담은 외교에선 실패해서는 안 되는 회담”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은 ‘싱가포르 합의’ 등으로 불리게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싱가포르의 이름이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
쿡 연구원도 “경호 측면에서도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 내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아시아 본부를 싱가포르에 둔 것이나, 미국과 아시아 지역 국방장관이 매년 모이는 아시아안보회의 개최지가 싱가포르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의 사라 테오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싱가포르가 국제사회에서 갖는 입지가 강화된 것은 물론, 회담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외교적 중립성을 경제적 실익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