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X년 5월, 미국의 대북정책에 분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극비리에 핵무기 재생산을 지시한다. 미국이 북한 내 민주화 운동을 도운 탓이다. 체제 보장을 약속했지만 미국은 인권 보호란 명분 아래 반체제 세력을 지원했다.
핵 시설 없애도 과학자의 지식은 남아
전문인력 관리 안 하면 핵 재생산 가능
게다가 플루토늄과 달리 우라늄을 쓰면 핵실험도 필요 없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어도 상관없는 것이다.
북핵 폐기에 맞춰 주한미군이 철수한 건 오래전이었다. 북 공격 시 미국의 자동 개입을 보장했던 안전핀이 뽑힌 셈이다. 1년 뒤 북한이 핵무기를 흔들며 위협해도 우리에겐 손쓸 방법이 없게 된다.”
이상이 암울하지만,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행정부가 언급했던 ‘영구적(permanent)’인 핵 폐기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지나친 비관론에 쩐 황당한 전망이 아니다. 비핵화를 택한 리비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토대로 짠 시나리오다.
2003년 핵 개발을 포기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8년 뒤 서방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살해된다. 소련 연방 해체 후 4200여 기의 핵폭탄을 러시아에 넘긴 우크라이나는 이 대가로 평화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빼앗았다. 이 사건 후 이 나라에서 핵 재무장 요구가 커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사례로 볼 때 3000여 명의 북핵 기술자를 해외로 보내거나 철저히 관리하지 않는 한 북핵 위협은 없어지지 않는다. 미국이 1991년 샘 넌,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 주도로 ‘협력적 위협 감축(CTR)’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련 연방 국가 및 리비아의 핵 두뇌를 관리해 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 제도에 따라 미국은 실업자가 된 핵 과학자들이 평화적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큰돈을 댔다. 사업 중에는 공동 프로젝트란 이름 아래 서방 과학자와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동태 감시가 주목적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미래의 핵 위협을 막으려면 과학자 관리가 핵심 중 핵심이다. 그러기에 최근 미국이 이들의 해외 송출을 요구했다 북한이 거절했다는 보도는 그럴싸하다.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영구적인 비핵화 얘기가 쑥 들어갔다. 어느 틈에 핵 과학자 문제엔 별말이 없는 ‘완전한(complete)’ 비핵화로 미국 입장이 후퇴한 느낌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이 문제를 깐깐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남쪽에서 북한의 핵 과학자를 받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핵무기 기술을 거저먹으려 한다는 비난이 국제사회에서 빗발칠 게 뻔하다.
그러니 최소한 바늘 끝도 안 들어갈 핵 과학자 관리 시스템을 마련토록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이 마지노선도 못 지키면 우리는 언제 북핵이 재등장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떨며 살 수밖에 없다.
남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