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주택시장에 2007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권 주간 아파트값이 4월부터 약세로 급반전했다. 서초구가 4월 초에, 강남구와 송파구가 한 주씩 뒤이어 잇따라 약세에 합류했다. 4월까지 ‘플러스’이던 월간 변동률이 5월 ‘마이너스’를 띨 게 분명하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통계는 체감보다 조금 늦다. 월말이 아닌 중순을 기준으로 이전 한 달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4월 수치는 4월 한 달이 아니라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다. 4월 들어 나타난 약세는 4월 통계에 절반만 반영됐다.
2007년과 올해 시장 움직임 비슷
거래 급증·가격 급등 뒤 확 꺾여
고강도 대책 따른 같은 규제 이어져
올해엔 대규모 입주 태퐁도 겹쳐
5월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세 반전
5월 성적은 4월 이후 주간 변동률이 대부분 약세여서 하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대세가 바뀌는 구조적인 변화의 전조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강남권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2006~2007년과 유사해서다. 강남권은 2007년 약세로 돌아서며 서울 집값 상승세를 꺾었고 2008년 금융위기 충격까지 겹쳐 긴 침체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연초 가격 상승률이 7.27%로 2006년 초(7.32%)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6개월간 상승률이 10.28%다. '급등'이다.
그러다 상승 폭이 4월 0.2%로 뚝 떨어졌다. 5월은 0.1% 정도의 하락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연초 2006년과 비슷한 급등세
강남권 전체 신고 건수는 3월 2100여건에서 4월 600여건, 5월 200여건이다.
가격 약세와 함께 강남권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방증이다.
강남권 거래량 비중 20%→10%
서울 주택시장이 강남권에서 시작해 금이 가기 시작한 2007년 직전에도 ‘광풍’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10여년 전 아파트값이 2006년 여름 잠시 약세 후 9월부터 오르더니 급등세로 급변했다. 상승률이 11월엔 6.19%까지 치솟았다. 2007년 2월부터 약세로 돌아서기 전까지 5개월간 무려 12.85% 뛰었다.
2006년 여름 월간 200여건이던 아파트 거래 건수가 1100여건까지 급증했다.
2007년과 올해에 앞서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가 있었다. 지난해 8·2대책과 위력에서 맞먹는 8·31대책이 2005년 나왔다. 이들 대책에 따라 같은 규제들이 이어졌다.
2006년 9월 재건축부담금제(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환수제는 2013년부터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 부활했다.
2007년 1월부터 2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다. 올해 4월부터 2주택 이상 보유자가 매도한 주택에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8·2대책의 약발이 8개월 뒤인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지만 2005년 8·31대책이 효과를 보이기까지는 1년 반 가까이 걸렸다. 8·2대책보다 8·31대책의 경과 기간이 길어서다.
대출 옥죄기도 비슷하다. 지난해 8·2대책으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낮춘 데 이어 지난 3월 말부터 DTI보다 더욱 까다로운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이 시행됐다.
2007년엔 DTI 강도가 지속해서 세졌다. DTI 40% 적용이 2006년 3월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에서 그해 11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됐다.
대출 옥죄고 금리는 상승세
금리는 상승세였다. 2006~2007년은 금리 인상기였다. 기준금리가 2006년 2월 4%, 6월 4.25%, 8월 4.5%로 올랐다. 2007년 7월 4.75%로, 8월 5%로 잇따라 상승했다. 기준금리 상승을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7년 말 6.85%까지 뛰었다.
올해 미국 금리가 3차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여기다 올해 강남권 주택시장에 악재가 더 있다. 2007년엔 공급 쇼크가 없었다. 그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이전보다 적었다. 강남권이 9700여 가구로 앞선 3년 평균보다 1000~2000가구 줄었다.
1만 가구 송파헬리오시티 태풍의 눈
올해 서울 전체 입주 물량도 3만5000여 가구로 2015~2017년 연평균 입주물량보다 6000가구가량 많다. 강남권 입주물량은 내년에 다시 줄지만, 서울 전체로는 2020년까지 연간 3만 가구가 넘는 입주 물량이 이어진다.
2007년과 닮은 2018년, 강남권 주택시장이 2007년의 길을 다시 걸을까.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