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족집게 예측 “스웨덴전, 후반 30분 이후가 골든타임”

중앙일보

입력 2018.05.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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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어’로 불리는 이영표 해설위원.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기술과 전술·체력·정신력이 골고루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러시아 월드컵 개막(6월 15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게 된 한국축구대표팀(감독 신태용)은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이어 러시아에서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본선 F조에 속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전차군단’ 독일을 비롯해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15위), ‘바이킹 군단’ 스웨덴(23위)과 경쟁한다. FIFA 랭킹 61위의 한국이 상대하기엔 모두 버거운 상대다.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의 1차전 반드시 이겨야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 가능
독일·멕시코는 버거운 상대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하루 앞둔 13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 이영표(41) 해설위원을 만나 러시아 월드컵 전망을 들어봤다. 이 위원은 해설위원으로 데뷔하던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주요 경기 결과는 물론, 득점이 나올 타이밍까지 정확히 짚어 ‘인간 문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 족집게 예측으로 화제를 낳은 ‘예언가 문어’ 파울에 빗댄 별명이다. 이 위원의 탁월한 경기 분석 능력을 칭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영표는 현역 시절 세차례 월드컵에서 1113분을 뛰었다. 출전시간으론 한국 선수 역대 3위다. [중앙포토]

‘인간 문어’는 우리나라의 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볼까. 이 위원은 “냉정히 말해 25% 정도”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조별리그를 통과 못 한다’고 단정 지은 건 아니다. “객관적인 경기력 차이를 인정하되, 남은 기간 차근차근 가능성을 높여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위원의 말은 2002 한·일 월드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6년 전 당시 축구대표팀 사령탑이던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은 2002 월드컵 개막 50일을 앞두고 “당장 한국이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50%다. 오늘부터 매일 1%씩 끌어올려 월드컵 개막 무렵엔 100%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히딩크 감독의 대국민 약속은 4강 신화 달성과 함께 현실이 됐다.


해설을 맡아 마이크를 잡은 이영표 위원. [중앙포토]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16강행’의 첫 단추로 다음 달 18일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 승리를 꼽았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은 “한국이 스웨덴전에서 승리하려면 막판 15분을 골든타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스웨덴에게도 1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라며 “스웨덴은 수비 위주의 역습 전략을 즐겨 구사하지만, 전반에 리드를 잡지 못하면 후반 30분 무렵부터는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과감하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신태용호 입장에서는 상대 뒷공간이 넓어지는 그 순간이 득점 찬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또 “스웨덴전은 부담감이 큰 승부인 만큼 경기 중 예측하지 못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초반 15분 동안 개인적인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상대가 세트 피스 득점력이 뛰어난 만큼 가급적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허용하지 않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해야한다. 스웨덴전은 먼저 골을 넣는 것보다 먼저 실점하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장현수(27·FC도쿄)를 비롯해 대표팀 주축 수비수들이 본선에 나서기 전부터 비난받는 현실을 이 위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월드컵 본선은 그 결과가 ‘한국 축구의 역사’로 남기 때문에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욱 크다. ‘잘해서 이겨야 한다’는 기대감과 ‘나 때문에 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교차한다”고 현역 시절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 “팬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에 대해 칭찬할 권리와 비판할 권리를 모두 갖고 있지만, 월드컵을 목전에 둔 지금은 질책보다는 격려가 대표팀에 힘이 된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를 네 차례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경쟁력을 보여주면 팬들도 호응할 것”이라고 했다.
 

로드 투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들의 투혼이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이영표 위원은 “축구 경기에서 ‘정신력’의 개념이 달라지며 오해가 생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악착같은 플레이나 붕대 투혼을 종종 볼 수 있었던 20년 전에는 A매치가 끝난 당일 밤 대다수의 선수가 음주를 즐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요즘 후배들은 경기가 끝나도 잘 쉬고, 잘 먹으면서 철저히 몸 관리를 한다. 정신력의 영역이 ‘팀’에서 ‘개인’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월드컵은 이 위원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7)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 다른 방송사의 해설위원으로 합류하며 2002 월드컵 4강 주역 세 명(이영표·박지성·안정환)의 중계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박지성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이 위원은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다”며 빙긋이 웃었다.
 
이영표 위원은 “축구계에 ‘선수는 매 경기 재평가를 받는다’는 말이 있다. 어제 잘했어도 오늘 부진하면 ‘못 하는 선수’로 찍히는 게 경쟁의 생리다. 축구 중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브라질 월드컵과 리우 올림픽, 호주 아시안컵,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시청률 1위를 했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누가 시청률 1위를 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설위원으로 데뷔하는 박지성 본부장에 대해 그는 “말수가 적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석에서 만나면 진짜 재미있게 말을 잘하는 후배다. 이번 월드컵에서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설도 중요하지만 나도 월드컵을 즐기고 싶다. 해설을 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면 러시아 월드컵을 즐길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