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탈북민 김옥실(가명ㆍ30)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6년 전 탈북해 서울에 정착한 한세인(가명ㆍ24)씨는 아르바이트 조차 쉽지 않다. 한씨는 "알바 면접에서 말투 지적을 받은 뒤 '북한에서 왔다'고 밝히자 '북한 사람은 안 받는다'는 답을 들었다"며 "피자집에서 일할 때 '피클'대신 '오이염'이라고 말했다가 북한말을 쓰냐고 혼나고 해고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대학원생 이모(28)씨는 "서로가 '취업이 안 돼 대학원 왔다'고 말하진 않지만 공부에 뜻이 없어도 도피처로 대학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북한인권단체 NAUH(나우)에서 일하는 김필주(32)씨는 "북한 관련 단체를 비롯한 사회단체에는 비슷한 배경 출신인 사람들이 많고 일반 기업보다 성과를 중시하지 않다 보니 비교적 적응이 쉽다"고 했다. 김씨는 "탈북청년들은 면접 때 '고향이 북한이네요?'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며 "탈북했다는 사실 자체가 심적인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더 나은 남한생활 위해 '취·창업지원' 필요해"
전문가들은 일반 국민들의 편견해소와 탈북민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993년 탈북한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은 "교육시스템이 달라 탈북청년들의 취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며 "탈북민 취업 쿼터제같은 제도적 장치보다는 남북간 점진적인 교류로 양 국민들의 실력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죽을 고비를 넘겨 남한에 온 탈북자들에게 취업은 더 큰 산"이라며 "현재 취업지원프로그램은 영어교육에 치중돼 있지만,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인성ㆍ역사교육 등 실질적이고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북민으로 취업 대신 서울 영등포구에서 '라멘집'을 창업한 이성진(28)씨는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며 "기술을 익히든지 공부를 하든지 탈북민에게는 탈북 이후에 더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