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양에서 산호가 죽어가고 있다. 화려한 산호 고유의 색깔을 잃고 하얗게 변하면서 죽어가는 백화현상이 심각하다. 2100년이면 산호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해조류가 감소하고 해변이 하얗게 변하고 황폐해지는 갯녹음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갯녹음은 ‘바다 사막화’로도 불린다. 일부에서는 갯녹음을 백화현상이라고 하지만 갯녹음과 산호 백화현상은 다르다.
갯녹음과 백화현상의 실태와 원인을 살펴본다.
5월 10일은 ‘바다 식목일’
갯녹음은 물고기나 조개류의 먹이가 되는 미역·다시마 등 유용한 조류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갯녹음이 발생하는 곳에는 흰색 조류, 즉 무절석회조류(無節石灰藻類, 마디가 없는 석회조류)가 암반에 붙어 하얗게 번성한다. 이들은 홍조류의 일종으로 몸속에 탄산칼슘이 쌓이고 굳어지는데, 바위나 다른 해산 동식물의 표면을 딱지처럼 덮는다. 이로 인해 다른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해조류가 사라지면 어류·조개의 먹이는 물론 서식 공간, 산란장이 사라지고, 결국은 수산자원 고갈과 어업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갯녹음을 바다 사막화로 부르는 이유다.
갯녹음의 원인은 육지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과 해양산성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나 발전소 온배수로 인한 수온 상승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매년 1200㏊씩 확대되는 갯녹음
갯녹음 피해 면적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현재 갯녹음은 연평균 1200㏊씩, 서울 여의도 네 배가 넘는 면적이 새로 번져나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1만9400㏊(여의도 면적의 67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현재 동해 연안의 62%, 남해 연안의 33%, 제주 연근해의 35%가 갯녹음 피해를 보고 있다.
갯녹음 피해 면적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에서 초분광 항공 영상 촬영기술을 적용해 파악한다.
동해에서도 갯녹음은 관찰된다. 지난 2008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연구소는 독도 주변 해역에 성게가 과다 번식하면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암반이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도 남쪽 지역에서는 조사 해역의 45%에서 갯녹음 현상이 확인됐고, 15%는 갯녹음 정도가 심했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동해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저도 어장에서도 갯녹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2030년까지 바다숲 5만4000㏊ 조성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모두 5만4000㏊(여의도 면적의 186배)의 바다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중림 조성과 함께 조간대에서는 바위에 붙은 무절석회조류 자체를 떼어낸 다음 종묘를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석회조류를 사람이 손으로 떼어내기도 하고, 고압 분사기로 제거하기도 한다.
산호는 산호충과 조류의 공생체
산호는 산호충이란 작은 동물의 군체(群體)이다. 촉수를 가진 산호충, 즉 부드러운 폴립(polyp)이 모인 것이 산호다. 산호는 폴립에 따라 모양과 색이 달라지고, 폴립의 색깔은 그 속에 든 조류(藻類)에 의해 정해진다. 산호 폴립 속에는 편모조류의 일종인 주산텔라(Zooxanthellae)가 들어있는데, 산호충과 주산텔라는 공생(共生) 관계다.
산호가 비교적 얕고 따뜻한 바다, 맑은 물에서 살아가는 이유도 공생 조류가 광합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호충은 조류에게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적당한 서식 장소를 제공하고, 포식자로부터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2012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해진 교수팀은 공생조류가 식물의 성질뿐만 아니라 동물의 성질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생 조류인 심바이오디니움(Symbiodinium)이 산호와는 별개로 세균이나 다른 미세조류를 잡아먹고 살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백화현상은 해수 온도 상승 탓
산호충은 공생 조류를 내쫓은 뒤 다른 조류 세포와 새로운 공생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보통은 백화현상이 이어지면서 산호는 죽고, 딱딱한 탄산칼슘 골격만 남는다. 산호초(珊瑚礁, coral reef)는 산호충이 분비한 탄산칼슘이 수백 년 동안 쌓여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바로 엘니뇨 발생 때처럼 해수 온도가 상승할 경우 백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수개월 연속해서 평년에 비해 높게 유지되는 경우를 말한다.
2014~2017년 엘니뇨가 지속했을 때 전 세계 산호초의 70% 이상이 백화현상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수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도 산호에게는 스트레스가 돼 백화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도 백화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심이 깊어지면 산호의 공생 조류가 충분한 태양광을 받지 못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 산성화도 한몫
바닷물이 산성으로 바뀐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약한 알칼리성이지만 중성으로 가까워지면서 알칼리성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이미 전 세계 바다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30% 정도 더 산성도를 띠고 있다. 로그 값으로 표시하는 pH 수치로는 8.2에서 8.1로 0.1 정도 낮아졌는데, 일부 해역에서는 이미 8.0에 접근하기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산호를 비롯해 조개류 등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호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아라고나이트(aragonite·선석(霰石))라는 탄산 미네랄로부터 골격을 만든다. pH가 낮아지면 화학 반응 조건이 달라져 미네랄을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같은 속도로 인류가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할 경우 2100년이면 전 세계 산호초가 다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자외선 차단제가 어린 산호 죽여
오염물질이 바다로 들어올 수 있고, 육지 토양 침식으로 유기물과 퇴적물이 바다로 들어올 수 있다.
산호초 주변 바닥 퇴적물에 유기물이 많이 쌓이고,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 산소가 고갈되고, 유해한 황화수소가 배출된다.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바닷물의 수소이온 농도가 낮아지는 산성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호주 북동 해안의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대보초(大堡礁))는 석탄 광산 개발로 인해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
아시아의 산호 삼각지대(Coral Triangle)를 구성하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파푸아뉴기니·필리핀·솔로몬제도·동티모르 일대에는 세계 산호초의 30%가 존재하는데, 이 산호초의 85% 이상이 오염이나 남획 등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구온난화보다 오염·남획이 더 큰 위협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이 산호초를 위협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산호초의 3분의 1이 플라스틱으로 덮여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물질은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 제품에 함유돼 있다. 오·폐수와 수영객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이 물질은 어린 산호의 백화현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지 법안에 주지사가 서명하면 오는 2021년 발효될 전망이다.
세균·바이러스·곰팡이도 공격한다
이 세균은 온도가 상승하면 단백질 분해 효소나 독소 등을 더 많이 만들어 병원성(virulence)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비브리오 실로이(V. shiloi) 세균도 마찬가지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산호충 표면의 특정 수용체(receptor)에 부착, 표피를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세균은 그 속에서 증식하며 독소를 분비해 공생 조류인 주산텔라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그 세포를 녹여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나 곰팡이가 공생 조류를 공격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세균을 공격, 오히려 산호초를 살리는 사례도 있다.
불가사리나 대형 조류가 자라는 것도 산호에게는 위협이다. 일부 산호는 대형 조류가 자라면 화학물질을 방출, 주변의 물고기가 해조류를 먹어치우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호주 대산호초 91%가 몸살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인 이곳의 면적은 34만8000㎢(남한의 약 3.5배)다. 1500여종의 물고기와 4000여종의 연체동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지난해 호주의 국립 산호초 백화현상 조사 태스크포스팀의 조사 결과, 대산호초의 91%가 백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과거 대산호초의 40%에서 백화현상이 나타났는데, 엘니뇨가 이어지면서 2016년 30%, 2017년 20%가 추가로 백화현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대산호초는 2021년 이후에는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몰디브의 경우도 60% 이상이 피해를 보고 있다. 카리브 해의 산호초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10% 미만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전 세계 산호초의 70%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2050년에는 대부분의 산호초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2100년이면 모든 산호초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산호초 1㏊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3만6800 달러에서 213만 달러에 이르고, 전 세계적으로는 연간 1720억 달러(약 18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에는 백화현상으로 인한 어업 피해가 연간 490억~690억 달러에 이르겠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면 140억~200억 달러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많은 돈 들지만 보호하는 게 이익
비용 대비 90배 이상의 혜택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최근 대산호초 보호를 위해 5억 호주달러(약 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현재 산호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환경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슈퍼 산호’를 만들어내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높은 온도에서도 산호충과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생 조류를 찾는 일도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일정한 조건이 유지되는 곳에서 산호를 배양한 다음 어느 정도 자란 다음 이를 옮겨 심는 방식으로 산호초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태풍 볼라벤으로 산호가 훼손된 자생지 전남 완도군 청산도 해역 수중 20m 암반지대 180곳에 옮겨 심은 것이다.
인류가 산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후손들은 하얗게 변해버린 산호 무덤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해양 생태계의 많은 종이 사라지고, 어민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상황을 되돌이킬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