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정(56) 대전현충원장은 “현충원 살림살이를 하면서 아낀 돈(물품구입비 등) 1000여만 원으로 둘레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전현충원, 10.04㎞ 길이 둘레길
황톳길·단풍길 등 자연환경 살려
290만 찾는 등 시민 쉼터로 인기
묘역 곳곳엔 추모 돌화병 50여 개
“이름 모를 누군가 가져다 놓았죠”
대전현충원이 국민 휴식공간으로도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곳 방문객은 290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참배객이 190만여 명이고, 나머지는 보훈 둘레길 방문객이나 걷기 대회 등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다.
많은 사람이 대전현충원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묘역에는 눈길을 끄는 기념물이 있고 볼거리나 체험프로그램도 상당수다. 1985년 문을 연 이곳에는 12만 5000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안장돼 있다.
묘역 곳곳에는 누군가가 몰래 갖다 놓은 돌화병이 눈길을 끈다. 권율정 원장은 “2015년부터 보이기 시작한 돌화병은 어림잡아 50여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돌화병에는 어김없이 꽃이 꽂아 있고 추모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알아주고 헤아리며 기억합니다. 공주님 시은과 강정순님 위해 기도와 힘찬 응원합니다. 2016년 2월 3일 영화 연평해전 관람객 : 좋은 삶을 응원하는 가정주부’ 이는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참수리 357호 고(故) 조천형 중사 묘소의 화병에 새겨진 문구다.
대전현충원 입구 좌측에 있는 보훈동산에는 서해수호 55용사 ‘흉상부조 추모의 벽’이 조성돼 있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를 수호하다 희생된 용사를 기리기 위해 예술작가 26명의 재능기부로 지난해 8월 설치했다.
대전현충원 편의시설도 독특하다. 장군 제1묘역 인근에는 약수터(보훈샘터)가 있다. 지하 암반수가 끊임없이 솟아 나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대전현충원은 이곳을 시민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대전현충원은 보훈음악회, 태극기퍼레이드, 숲길체험, 서해 수호 걷기 대회 등 체험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대전현충원은 묘역 부지를 확보하는 대신 납골당(봉안당)을 만들어 호국영령을 모시기로 했다. 5만기를 수용할 수 있는 봉안당은 400억원을 들여 2020년 완공된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