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네 팀의 건축가를 지명 초청했고, 1차전을 거친 세 팀이 합류해 총 일곱 팀이 최종 심사를 받았다. 당선자 발표일은 3월 30일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공식적으로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발표일에 밝혔어야 할 당선자는 있다. 건축가 조성룡이다. 그는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를 설계했고, 선유도공원을 재단장했으며 소록도 보존에 힘쓰고 있다.
당선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고서 60일 내(5월 30일까지) 재건축 조합과 설계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우선 협상의 범위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조합 측에서 당선안을 완전히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이 당선작 재투표를 하겠다고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난무한다. 조합의 욕망과 서울시가 내세운 공공성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잠실주공 5단지는 ‘꿈의 50층’을 이룬 첫 재건축 단지다. 서울시가 공공성 실험을 하는 대신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 조정해준 덕이다. 35층 이하로 지어야 했던 아파트 단지는 호텔·컨벤션을 포함해 50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재건축을 앞둔 강남권 단지들이 잠실주공 5단지를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나쁜 선례를 만들 참인가. 당선자부터 밝히고 진행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라.
한은화 중앙SUNDAY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