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바로 세워진 10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 이번 작업을 수행한 현대삼호중공업의 유영호 전무가 직립 완료를 발표하자 노란색 점퍼를 갖춰 입은 이들이 안도하며 손뼉을 쳤다. 하루 이틀 전부터 경기 안산 등지에서 목포에 내려와 직립 작업을 기다려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다.
작업 3시간 만에 안전하게 끝나 미수습자 5명 수색 기대감
이날 작업은 오전 9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날 세월호 좌현과 선체 바닥에 각 33개씩 모두 66개를 설치한 ‘L자’ 형태의 철제 빔을 40도까지 들어 올리는 예행연습으로 최종 점검을 마쳐 무난한 작업이 예상됐다.
희생자 가족들은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기 약 30분 전부터 목포신항 바닥에 깔개를 놓고 자리를 잡았다. 이른 아침 찬 공기가 아직 남은 시점이다. 몇 시간 뒤면 세월호가 바로 선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좌현이 바닥에 닿은 선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월호는 0도가 아닌 8도가량 올려진 상태에서 직립 작업이 시작됐다. 선체와 연결된 1만t급 해상크레인이 떠 있는 수면이 만조 현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오전 9시2분에 10도, 9시33분에 40도, 10시37분에 60도까지 세워졌다. 그리고 낮 12시 10분 직립이 선언됐다.
직립 작업이 진행되면서 바닥에 붙어있던 좌현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자 가족들은 더욱 집중했다. 참사 4년여가 흐른 것을 보여주듯 심하게 녹이 슨 상태였다. 가족들은 시선을 선체 좌현에 고정한 채 직립 작업이 안전하게 끝나길 애타게 기다렸다.
각도가 94.5도에 가까워질수록 처참하게 부식된 선체 내외부에서 잇따라 파편이 떨어졌다. 흙먼지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제기한 ‘외력설’을 입증할만한 찌그러짐 등 충격의 흔적은 육안상 확인되지 않았다. 김창준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위원장도 직립 작업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외부 충격 때문에 함몰되거나 손상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선조위 측 전문가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정면이나 측면에서 충돌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키로 했다. 선조위 내부에서는 선박 복원성 불량이나 화물 과적, 조타 실수, 기기 고장 등이 원인이라는 내인설과 잠수함 등 외부 물체의 충돌이 원인이라는 외력설 등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선조위는 활동기한인 8월 6일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해양수산부 등은 6월 14일까지 안전시설 설치 및 진입로 시공 등 준비 작업을 마무리한 뒤 수색에 들어가 8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수색은 진입이 어려웠던 선체 좌현의 협착된 부분과 미수색 구역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선체 내 진흙을 수습해 반출한 뒤 세척해 숨어있는 뼛조각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한편 선체조사위원회와 계약을 맺고 176억원에 세월호 직립 작업을 진행한 현대삼호중공업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공사에 들어간 실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목포·세종=김호·박진석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