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에는 현재의 낙관론 거품만큼이나 회의와 두려움을 안고 지켜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상회담을 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실용적인 입장을 취하며 북·미 정상회담과 사전 협상 과정에서 드러날 김정은의 의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북 압박을 성급하게 완화하면
북한에 끌려다니는 협상 될 수도
최악의 결과는 북한의 바람처럼
한국과 미국이 서로 불신하는 것
미국의 분석가들은 합의 이행 과정에 우려를 표한다. 판문점 선언은 염원일 뿐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야심을 포기하는 대신 얻는 게 많다. 얻을 혜택들을 북한에 상기시켜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태도를 성급하게 완화해버리면,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상은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판문점 선언의 의미는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 합의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 과정에서 남북은 분명히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뜻에서 이뤄지는 양자 선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남·북·미·중뿐만 아니라 일본·러시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까지 다자간 동의를 보장받으려면 문제가 커진다.
나쁜 협상은 어떤 모습일까. 협상 과정이 불투명하고 목표 수행 기한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것이다. 핵 동결과 같은 중간 목표가 영구적인 평화를 담은 비전보다 우선시 된다. 모호하고 허울 좋은 말 잔치 속에 한·중을 비롯해 국제 사회는 성급하게 제재를 완화한다. 김정은은 적당히 자세를 낮추고 결국 의미 없는 양보로 ‘희망 고문’하면서 효과적으로, 어쩌면 영구적으로 교착상태에 머물 것이다.
가장 위험한 최악의 결과는 북한의 김정은이 그토록 바라던 대로 한국과 미국이 서로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원망하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이상주의를 참지 못하고 다시 ‘화염과 분노’의 비생산적인 언어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결말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한·미·중 3자 간의 긴밀한 공조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한·미·중(특히 문재인 정부)의 공이 매우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업적의 공로를 독점하고 싶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을 발휘하는 데 매우 영리했다.
비핵화 과정은 한·미·중의 긴밀한 협의로 이견을 최소화할 경우에 성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국무장관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와의 관계 형성에도 힘써야 한다. 비핵화 문제를 제대로 ‘운전’하려면 남북 관계 문제뿐만 아니라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한·미·중 3자가 폭넓은 합의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남북한이 독자적 트랙을 구사하더라도 선언문에 중국을 포함하길 바랐다.
‘그랜드 바겐(통 큰 거래)’이 성공하리라고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다. 역사적으로 북한이 저지른 기만행위들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성향과 끊임없이 터지는 그의 법적·도덕적 문제도 있다. 순조로운 협상을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 문제를 둘러싼 복잡성을 잘 알고 있으며, 원하는 협상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바로 지금 해야 할 실용주의 노선은 북·미 정상회담이 평창 올림픽 정전 결의로 비롯된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기를 희망하는 일이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