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성장률 5.5%, 소비자물가 상승률 2.5%, 경상수지 118억 달러 흑자로 거시지표가 좋았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종합주가지수는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다. 그해 10월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났다.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이 만나기로 합의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한다고 했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의 정상회담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정상회담의 성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900원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지난 1년 경제 성과는 미흡하고
대외 경제 환경은 불확실하다
10년 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좋은 정책들을 잘 조합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높아 더욱 힘들었다. 2008년 3월 국제유가(WTI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물가가 오르고 내수는 침체됐다. 경제성장률은 2008년 2.8%,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였고, 경상수지 흑자는 32억 달러로 급감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월 1500원을 넘었다. 2009년은 경제성장률이 0.7%였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무역마찰은 세계 경제의 여전한 위협 요인이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국은 중국의 무역흑자 축소와 첨단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 등 핵심 분야에서 타협을 보지 못했다.
유가는 2016년 2월 배럴당 26달러의 최저치에서 계속 상승했다. 최근 이란·베네수엘라 등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가파르게 상승해 70달러를 넘었다.
지금 한국 경제의 대외 환경은 10여 년 전보다 낫지만 앞으로 고금리·고유가가 지속되고 통상 환경이 악화되면 타격이 클 수 있다.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는 주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무역 개방과 재정·금융 정책 공조로 타개했다. 이제는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의 패권 경쟁으로 과거와 같은 국제 협력이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1년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들은 남북대화를 비롯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청년실업률은 높고 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이 좋지만 반도체에 너무 편중되고 증가 속도가 둔화되면서 4월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였다. 주력 수출산업들이 고기술의 선진국과 저비용의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 활력을 잃고 있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 못지않게 경제에서 할 일이 많다. 대외환경 변화에 재정·금융·통상 정책들을 잘 조합, 대응해서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취약 부분을 미리 개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꾸준히 강화해 외부 충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계속 높여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의 장기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혁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내수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대내외 상황에서 10년 전의 데자뷔가 보이는 게 불안하다. 그때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심기일전해 좋은 정책으로 경제가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