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경기에서 13-7로 이겼다. 두산은 전날 0-10 대패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2위 SK와 승차를 2경기로 유지했다.
1번타자 조수행이 공격의 물꼬를 텄다. 조수행은 1회 초 KIA 선발 한승혁의 커브에 당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서 곧바로 설욕했다. 0-4로 뒤진 3회 초 무사 2루에서 2루타를 때려 허경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정확하게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직구를 밀리지 않고 공략해 좌익수 왼쪽으로 날렸다. 두산은 3회에만 넉 점을 뽑아 4-4 동점을 만들었다.
4회 초 공격에서도 조수행은 허경민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1사 뒤 연속안타를 날려 1,3루를 만들었다. 흔들린 한승혁은 연달아 폭투를 범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두산은 3회에 대거 7점을 뽑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조수행은 11-4로 앞선 6회에도 적시타를 날렸다. 상대 실책까지 겹친 덕분에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6타수 3안타·2타점·2득점. 조수행이 3안타를 친 건 이날 경기가 처음이었다. 박건우 대신 중견수로 투입된 조수행은 수비에서도 무난한 모습을 선보였다.
조수행은 "경기 전 1번타자로 배치돼 조금 놀랐다. 그저 첫 타자라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웃었다. 박건우의 손등 부상으로 이틀 연속 선발로 나선 그는 "건우 형 대신 나갔기 때문에 더 잘 하려고 했다. 형들의 공백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조수행은 올시즌 팀이 36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발 출전은 4번 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수비, 대주자 등으로 31경기에 뛰었다. 그는 "계속 나가기 때문에 경기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자면서 컨디션을 지키고 있다"며 "형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 같다"고 했다.
강릉고 시절 조수행은 유격수였다. 하지만 대학에 가면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그는 "내야수로선 큰 강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가면서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외야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코칭스태프가 받아주셨다. 포지션 변경이 내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그는 등번호를 9번에서 51번으로 바꿨다. 스즈키 이치로, 켄 그리피 주니어 등 외야수들이 즐겨쓰는 번호다. 조수행은 "룸메이트 (최)주환 형이 7번에서 53번으로 바꾸고, 나도 같이 바꿨다. 좋은 외야수들의 번호라 바꿨다"고 했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