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전설의 세단(승용차)’이 요즘 들어 ‘퇴물’ 취급을 받고 있다. 공간 활용도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에 밀리면서다.
한때 없어 못 팔던 미국시장 전설
SUV·픽업트럭에 밀려 퇴물 취급
캠리, 275만원 장려금 주며 판촉
어코드, 10세대 모델로 회복 기대
혼다의 상황은 더 나쁘다. 혼다는 올해 초 10세대 어코드를 선보이며 명성 되찾기에 나섰다.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어코드를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했다.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지난 1분기 어코드의 판매 대수는 구형 모델을 팔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줄었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올해의 차’라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판매장려금 정책도 혼다의 부진에 한몫했다. 시장정보업체 제프리스에 따르면 혼다는 어코드의 초기 판매가(2만3570달러짜리 LX 하이브리드 기준)에 848달러(약 91만원)의 판매장려금을 책정했다. 도요타는 혼다보다 훨씬 많은 2557달러(약 275만원)의 판매장려금(2만3495달러짜리 L스펙 기준)을 지원했다. 일단 팔고 보자는 도요타의 고민이 숨어있다.
중형 세단 시장에서 캠리의 점유율은 15%, 어코드는 10%로 격차가 벌어졌다. 혼다도 판매장려금을 높이고 싶지만 속만 태우는 중이다.
혼다 아메리카의 세이지 쿠라이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가격을 건드리면서 ‘치킨 게임’에 휘말릴 수 없다”며 “어코드 신모델의 매력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대신 혼다는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공장 생산라인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혼다는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CR-V와 아큐라 RDX 모델을 연간 24만대 생산한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두 모델의 판매는 수입산까지 포함해 43만대에 달한다.
미국 자동차 업체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포드는 스포츠카와 SUV에 주력하면서 당분간 토러스와 퓨전·피에스타 등 세단 부문에서 신차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단에 주력하는 일본 자동차 업계는 최근의 유가 상승세를 반기고 있다. 이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상을 유지하길 바란다. SUV와 픽업트럭을 모는 미국 소비자가 연비가 좋은 세단으로 다시 몰릴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SUV와 픽업트럭의 연비도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다. 따라서 기름값이 아주 비싸지 않으면 세단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