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포털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 시장에서 엇갈린 실적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가 일본 자회사 ‘라인’과 동명의 모바일 메신저를 앞세워 선전하는 사이 카카오는 잇단 적자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국내에서 각각 실적이 양호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야심차게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의 실적 개선과 수익성 강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카카오가 공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일본 법인인 ‘카카오재팬’은 한 해 순손실만 2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폭이 4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이 법인은 카카오가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1년 7월 설립했지만 이후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적이 계속 부진했다. 중국 법인 ‘베이징카카오’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3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해외에 있는 자회사 쪽도 상황이 좋지 않다. 카카오의 싱가포르 자회사 ‘패스모바일(Path Mobile)’은 지난해 2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에도 순손실이 137억원이었는데 적자 규모가 2배로 커졌다. 패스모바일은 카카오가 2015년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패스’와, 이 회사의 모바일 메신저 ‘패스톡(Path Talk)’ 자산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인수 당시 패스는 인도네시아에서 1000만 명 이상의 월평균 순이용자(MAU)를 확보할 만큼 인기 SNS였다. 카카오는 이를 십분 활용해 스마트폰 보급화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던 동남아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패스는 카카오에 인수된 이후 오히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경쟁 상대에 밀려 인기가 떨어졌다.
이와 달리 지난해 라인은 일본 외에도 대만·태국·베트남 등의 해외 진출국에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유지했다. 라인의 지난해 일본 내 이용자는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라인은 2011년 6월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빠르게 해외 시장을 장악해 MAU가 약 1억6800만 명에 달한다. 그 절반가량인 약 7000만 명이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카카오톡’의 일본 내 MAU는 약 200만 명). 물론 라인도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4억5000만엔에 그치는 등 실적에 다소 부침을 겪고는 있지만, 해외에서의 성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은 매출 성장이 안정·지속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며 “2016년 3100명에서 지난해 4500명으로 회사 인력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인건비 증가와 마케팅비 증가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등지에서 라인 점유율 1위 유지
이와 달리 카카오는 해외에서 성장성 어필을 통한 든든한 지원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카카오가 2010년 3월 출시 이후 2년 만에 국내 누적 가입자 4000만 명을 확보, ‘국민 모바일 메신저’ 지위를 얻은 카카오톡을 보유하고도 해외 진출 타이밍을 놓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메신저와 같은 플랫폼 분야에선 더 빨리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선점 효과가 중요한데 정작 해외에서 이를 얻지 못해서다. 일단 카카오톡은 국내 실정에만 집중하다 보니 해외 이용자가 쉽게 이용하기 힘들도록 개발돼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던 네이버에 비해 해외 진출에 대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라인의 경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비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승부해보고 싶었다”고 회고할 만큼 출범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카카오는 달랐다. 라인이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던 2011년 4월 무렵, 카카오는 국내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비용을 소모하고 있었다. 당시 카카오톡 서버는 10분에 한 번씩 280바이트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용자의 메시지 전송 실패가 잦아지면 1~2초 단위로 재전송 시도가 이어지면서 트래픽 정체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1년 사이 10여 차례 서버에 오류가 발생해 재부팅할 때 순간적으로 이동통신망 용량의 평균 80% 이상을 차지하는 과부하 현상이 발생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카카오 측이 카카오톡의 대성공을 예측하지 못해 서버 최적화에 실패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해외 진출 체계적으로 준비 못한 카카오
이처럼 해외 플랫폼 경쟁에서 네이버에 주도권을 내준 탓에 지금껏 고전 중인 카카오가 기대하는 분위기 반전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플랫폼 열세를 극복할 콘텐트 부문. 그중에서도 웹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카카오재팬이 서비스하는 일본 내 웹툰 플랫폼 ‘픽코마’는 2016년 8월 약 5만 명에 불과했던 MAU가 지난 1분기 약 29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급성장했다. 픽코마의 1분기 매출은 8억2400만엔으로 그리 크진 않지만 전년 동기 대비 446% 급증할 만큼 성장세가 뚜렷하다. 웹툰이 해외 적자가 불어난 어려움을 해소해줄 유망 분야로 떠오른 것이다. 일본 웹툰 시장은 연평균 30%가량씩 성장하면서 규모가 큰 일본 만화 시장에서도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픽코마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독창적인 서비스로 이용자가 작품 한 편을 본 다음에 일정 시간만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제공, 현지 반응이 좋다.
카카오 관계자는 “주력 플랫폼인 모바일 메신저 사업에선 선점한 해외 업체에 밀려 단기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픽코마에서 검증된 콘텐트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이는 서비스 ‘픽코마TV’를 올 여름 출시하는 등, 수익선 다변화와 콘텐트 위주의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게임 부문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다양한 모바일 게임의 해외 진출도 도모,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과거 ‘스타크래프트’ 열풍을 연상시킬 만큼 국내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온라인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그간 쌓은 노하우를 잘 살려 해외 사업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새 판 짜기, 네이버는 수익성 극대화 노려
이에 맞선 네이버는 해외 사업 다각화에 한층 전념하면서 수익성 극대화와 안정적인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도전 분야가 핀테크로, 최근 네이버는 올해 라인의 핀테크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터넷 기업의 금융 사업은 기존 플랫폼 사업과의 연계 활용도가 높고 투자 회수 기간도 AI 등 기술 투자에 비해 짧아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라인의 경우 일본의 압도적인 현금 결제 비중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