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단팥빵은 지역을 불문하고 늘 가장 잘 팔리는 빵으로 꼽힌다. 특히 고급스러움을 내세운 특급호텔에서도 단팥빵은 매출 1위를 자랑한다. 롯데호텔서울 1층에 있는 빵집 ‘델리카한스’에선 단팥빵이 전체 빵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워낙 잘 팔리기 때문에 하루에 세 번 단팥빵을 구워내는데 빵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사가는 단골이 많다. 다른 호텔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서울신라호텔의 ‘패스트리부티크’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조선델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그랜드 델리’에서 가장 잘 팔리는 빵 역시 단팥빵이다. 조선델리 강현경 캡틴은 “단팥빵은 수십 년간 판매 1위인 인기 상품으로, 단팥빵 판매로 그날의 빵 판매 흐름을 가늠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익숙한 맛 중장년층에, 빵집 순례 즐기는 젊은층도
죽·떡·국수까지 팥으로 만든 음식은 일상 속 깊숙이 자리했었다. 여기에 이름 그대로 단맛을 더한 단팥빵은 30대 이상의 사람들에겐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던 익숙한 간식인 셈이다. 또한 특유의 단맛 때문에 어디에서 사더라도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된다. 그랜드 델리의 양몽주 지배인은 “기대하는 맛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 단팥빵의 강점이어서 부모님과 어른들을 위한 선물로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다른 빵에 비해 가성비가 높은 점도 단팥빵의 장점이다. 요즘 빵값은 대부분 빵 한 개 가격이 2000~3000원이지만 프랜차이즈 빵집의 단팥빵 가격은 1000원 초반대다. 실제로 뚜레쥬르의 단팥빵 소비자 가격은 1200원(매장에 따라 다름)이다. 여기에 팥이 들어있어 먹고 나면 속도 든든하다. 특급호텔에서도 단팥빵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국내산 팥을 듬뿍 넣어 1개의 무게가 200g이 넘을 만큼 묵직하지만 가격은 다른 빵보다 1000~2000원 정도 저렴한 3000원대다.
화려한 색상에 호두·통팥으로 식감 살려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업체마다 단맛을 줄이는 추세다. 서울신라호텔은 설탕의 함량을 줄이는 대신 자일리톨을 넣어 단팥 특유의 구수한 맛을 살려 인기다. 롯데호텔서울은 단맛을 줄이고 유산균이 풍부한 막걸리 발효종을 첨가해 건강빵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요즘은 블루베리·녹차·망고·버터·생크림 등 다른 식재료를 추가해 색상도 화려해졌다. 백석예술대학 외식산업학과 제과제빵 담당 신태화 교수는 “마카롱·에클레어 같은 프랑스 디저트는 반짝 인기에 그쳤지만, 단팥빵은 갈수록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전부터 한국인이 팥을 좋아해온 데다 최근엔 팥에 고구마·호박·유자·생크림·버터 같은 다른 식재료를 섞어 맛과 색을 다양화해 젊은층의 입맛까지 만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의 빵집 ‘근대골목단팥빵’은 생크림·녹차·딸기 등을 넣어 화려한 색과 다양한 맛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씹는 식감을 강조한 곳도 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단팥빵에 호두를 10% 정도 넣어 고소함과 식감을 살렸다. 뚜레쥬르는 역시 호두 단팥빵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J푸드빌 베이커리 임지혜 상품팀장은 “요즘은 통팥 앙금이나 호두 등 견과류를 넣어 식감을 살린 제품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메나쥬리는 2년 전 생크림·녹차를 넣은 단팥빵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 9일 국내산 통팥으로 소를 채우고 쫄깃한 식감을 살린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