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정영애의 이기적인 워라밸 패션(9)
청청 패션이 유행하니 90년대 초 중학생 때가 생각난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유독 사는 게 외롭고 재미가 없다고 느꼈을 때였다. 시를 지어보는 국어 시간이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혼자 날아다니던 제비도 제짝을 찾아 둘이 되어 날아다니는데, 나는 부러운 눈으로 제비를 따라다닐 뿐…’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국어 선생님은 내가 쓴 시가 재미있었는지 수업시간에 전체 공개로 읽어주었다. 나는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시를 들은 반 친구가 소개팅을 선뜻 주선해주었다.
내 시에 감동한 중학교 친구가 첫 소개팅 주선
한국뿐만 아니라 요즘 전 세계는 80~90년대의 복고가 유행이다. 서울 용산엔 80년대 아케이드 게임기를 들여놓은 오락실과 롤라장이 들어섰다. 일본의 TDC(도미오카 댄스 클럽)을 따라한 ‘셀럽 파이브’가 사랑받고 있다. 왜 모두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걸까?
아마도 우리 사회의 주 소비자층인 40~50대가 10~20대를 보낸 낭만적인 80년대를 추억하며 유행을 주도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80~90년대 유행했던 복고 스타일인 청청 패션을 입고 싶지만 10~20대처럼 입기에는 나이든 얼굴과 몸매가 따라주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입으면 좋을까?
40대 이상을 위한 청청 스타일을 2018 SS 컬렉션에서 정리해 제안해본다.
1. 화려한 패턴과의 코디
2. 화이트와 톤온톤 코디
3. 연청색 코디
4. 진청색 코디
5. 블랙 데님
청청에 대한 기억 또 하나.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지하철을 탔다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할머니에게 한 대 맞으며 욕설을 들었던 적도 있다. 그 당시에는 나를 때린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30여 년 전 내가 입었던 패션을 길거리에서 마주 대하니 반갑기도 하고 젊은이의 패션을 이해해주는 쿨한 아줌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한 요즘이다.
정영애 세정 올리비아로렌 캐주얼 디자인 실장 jya96540@se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