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우승이 잦은 신한동해오픈과 확 대비된다. 신한동해오픈에서는 최근 3년 연속 등 외국 선수들이 맹활약을 한다. 반면 매경오픈은 외국인들이 우승 꿈을 꾸고 왔다가 여행 경비만 날리는 대회다. 그래서 매경오픈 주최측에서는 “매경오픈은 외국인 선수의 무덤”이라고 한다.
매경오픈에서 마지막 외국인 우승은 2004년 마크 칼카베키아(미국)이다. 1998년과 1999년에도 외국 선수가 우승했다. 그러나 이 3개 대회는 모두 남서울이 아니라 레이크 사이드에서 열렸다.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만 따지면 외국 선수의 우승은 23년 전인 1995년(브렌트 조베)이 마지막이다. 이후 18번 남서울에서 대회가 열렸지만 모두 한국인 선수가 우승했다.
왜 남서울이 외국인의 무덤일까.
첫째는 플라이어다. 남서울은 페어웨이에 잎이 억샌 토종 잔디의 개량형인 조이지아 자포니카(Zyosia Japonica)를 쓴다. 페어웨이의 잔디 길이도 긴 편이다.
지난해 코리언투어 대상 수상자인 최진호는 “남서울에서 경기할 때면 외국인 선수들이 플라이어 때문에 아이언샷이 홀을 넘어가 OB를 내는 장면을 꼭 한 번씩 봤다”면서 "외국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과 달리 손목을 많이 쓰기 때문에 플라이어가 더 많이 난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페어웨이에서도 공이 조금 잔디 속으로 들어갔다 싶으면 플라이어를 예상하고 짧게 쳐야 한다. 백핀일 경우 앞쪽에 떨어뜨리고, 앞 핀일 경우 그린에 못 올리더라도 짧게 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들도 알긴 하지만 플라이어가 날지 여부를 정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매경오픈에서는 아이언샷이 황당하게 짧거나 긴 경우가 가끔 나오는데 플라이어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한 번 당하면 이후 아이언샷을 할 때 자신감을 잃고 일부는 패닉에 빠지기도 한다.
둘째는 기울어진 그린이다. 남서울의 그린은 뒤가 높고 앞쪽이 낮게 되어 있다. 경사가 심하고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홀을 지나치면 3퍼트를 할 가능성이 높다. 짧은 편이 훨씬 낫다.
셋째는 코스 디자인이다. 한국 산악형 코스로 도그레그 홀이 많아 정교해야 한다. 또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 거리 계산이 만만치 않다. 올해는 코스 내에 있는 OB 말뚝을 다 뺐지만, 과거에는수많은 흰 말뚝이 외국 선수를 괴롭혔다.
한국 선수들, 특히 국가대표를 거친 엘리트 선수들은 남서울에서 대회를 많이 치렀다. OB 말뚝에도 익숙하다.
성남=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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