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남북 정상회담 만찬 때 정부가 보수 야당 인사를 초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북측이 불만을 표했다고 당시 사정에 밝은 여권 핵심 관계자가 3일 전했다.
익명을 원한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측은 “정상회담 만찬장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같은 보수 정당 사람을 왜 부르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남측에 표시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 후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라며 “북측은 당시 홍 대표가 만찬장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공격적인 질문을 하거나 다소 거친 언사를 늘어놓더라도 김 위원장이 ‘허허’ 웃으면서 넘긴다는 시나리오까지 계산에 넣어두고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홍 대표는 만찬장 화합 분위기를 흐리는 속 좁은 소인배가 되고 반대로 김정은은 통 큰 인물로 보여지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거꾸로 홍 대표가 만찬장에서 김정은 등 북측 인사들과 건배를 하며 덕담을 했다면 보수 야당이 나중에 회담에 대해 딴지를 걸 수 없다는 점도 노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나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결국 몇 년 뒤에는 바뀌기 때문에 야당이나 차세대 주자들과도 두루 사귀어놓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북한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긴밀하고 복잡하게 전개될텐데 남한 내 보수 진영에서조차 북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우리는 북한을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이 회담 당일 만찬장 현장에서 홍 대표 불참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만찬 ‘야당 패싱’ 놓고 여권서도 비판론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여당 대표를 불렀다면 당연히 야당 대표에게도 참석을 요청했어야 했다. 대통령 참석 행사에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차라리 입법부를 대표해 정세균 국회의장만 불렀다면 뒷말이 안 나왔을 것”이라며 “만찬장 야당 패싱은 옥의 티”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