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일 중·고교 역사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공개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워 취임 3일 만에 국정교과서 폐기를 지시했고 역사교과서는 민간출판사가 발행하는 검정 체제가 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 위탁을 받은 평가원이 새 교과서를 위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시안을 지난해 8월이후 개발해왔다.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은 다음달 확정된다.
1948년 '국가 수립' 아닌 '정부 수립'
집필기준 시안 공개, 내달 확정
박근혜 때 ‘1948년 건국’서 되돌려
문 대통령 작년 ‘1919년 건국’ 강조
국가체제 자유민주주의 → 민주주의
6·25 남침은 유지 … 천안함은 빠져
보수 학자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정권 바뀔 때마다 집필 기준 달라져
이와 동시에 시안에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표현이 빠졌다. 지난 교과서 집필기준에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적혀있었는데 관련 내용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시안에선 "남한과 북한에 들어선 정부의 수립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고 적시했다. 앞서 역사학계 전문가 자문단이 평가원에 제출한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므로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는 의견을 받아들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 학자들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 집필기준 확정까지는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3대 세습, 무력 도발 사건 언급 없어
이번 역사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기준은 과거보다 분량이 줄어든 게 특징이다. 고교 한국사 기준으로 국정교과서 당시엔 분량이 교육과정은 15쪽, 집필기준은 24쪽에 달했다.. 이번 시안은 교육과정 13쪽, 집필기준이 2쪽에 불과하다. 집필진의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서 강조됐던 사건 상당수가 삭제됐다.
특히 북한의 3대 세습, 핵 문제,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등 기존 국정교과서 집필기준에 상세히 제시된 사건들은 이번 시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북한에 관해 이번 집필기준은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안착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설명한다"고만 제시했다. 교육과정에서도 "남북 화해의 과정을 살펴본다"며 갈등보다는 화해에 초점을 맞췄다.
6·25가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내용은 연구진 초안에선 등장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최종 시안에는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라고 명시했다.
'산업화' 시각 국정교과서와 달라져…부작용 강조
또 시안은 "양극화를 비롯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시민 사회 움직임을 서술한다"며 산업화 부작용을 강조했다. 앞서 국정교과서에선 '사회 문제'란 표현 대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서술한다"고 표현했다.
이 밖에 최근 심화한 주변 국가의 역사 왜곡에 대한 내용은 시안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전 교과서 집필기준에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포함했지만 시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독도의 경우 19세기 근대사 부분에서 "우리 영토로서 독도의 역사적 위상과 일제의 독도 편입 불법성을 제시한다"고 했지만, 최근의 역사 왜곡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진동 평가원 본부장은 "교육과정이나 집필기준에 없는 내용이라고 해서 교과서에서 빠지는 건 아니다. 과거에도 '새마을운동' '동북공정' '북한 도발' 등을 집필기준에 넣지 않았지만 대부분 교과서가 다뤘다"고 설명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