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사진관]우리도 문재인·김정은처럼, 판문점 세트장 북적

중앙일보

입력 2018.05.02 07:00

수정 2018.05.12 17:18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브라질 출신의 라파엘이 여자 친구인 국흡(중국) 씨와 세트장 중간에서 손을 잡고 있다. 김상선 기자

3차 남북정상회담(4월27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판문점은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상 공동경비구역(JSA)에 있어 민간인은 출입을 제한 받는다. 판문점 방문 관광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접근이 쉬운 곳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영화 세트장이 사람들의 신선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파주시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나 악수를 하고 있다.김상선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남양주종합활영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세트장이 그곳이다. 노동절인 1일 세트장에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촬영소 관리소 측은 "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새트장을 보고 싶어하는 관람객들이 평소보다 많이 늘었고, 노동절인 오늘은 정식 휴일 때처럼 인파가 많다"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가 이곳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세트장에는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4동과 북한 쪽에 있는 판문각이 자리하고 있다. 군사정전위원회 사무동과 바닥에 설치된  군사분계선(MDL) 턱이 만들어져 있어 얼핏 보면 파주에 있는 판문점과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이날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의 목소리를 통해 통일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어봤다. 

남양주 영화촬영소 판문점 영화 세트장을 찾은 관람객들.김상선 기자

관람객들이 판문점 세트장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사이의 군사분계선(MDL) 위에 올라가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사진만 보면 실제 판문점으로 착각할 정도다.

여주시에서 온 이범주(왼쪽)씨와 엄영흠 씨가 세트장에서 북측 판문각을 바라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자전거를 타고 평양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게 저의 꿈입니다. 그 꿈은 바로 통일입니다. 판문점의 이 시멘트 군사분계선만 넘으면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데, 이 턱을 넘지 못하네요"
경기도 여주에서 온 이범주(50) 씨는 세트장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중간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동료 엄영흠(43) 씨와 함께 3시간 동안 자전거 폐달을 밟아 이곳에 도착했다. 여주까지의 거리는 편도 60km.
엄 씨는 "판문점 세트장을 보니 통일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정상회담이) 과거보다 분위기가 좋아 (통일에 대한 )기대와 꿈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고 말을 덧붙였다.
이범주(왼쪽) 씨와 엄영흠 씨가 세트장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중간 군사분계선에 서서 손을 잡고 있다.  
 
라파엘(위 첫 사진)이 이날 중국인 여자 친구 국흡(25)씨와 함께 세트장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잡았다. 라파엘은 한반도개발협력연구네트워크 연구 간사로 일하며 한반도의 통일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인천에 사는 이들은 이른 아침 출발해 기차와 택시를 번갈아 갈아타고 이곳에  왔다. 기타를 메고 온 그는 JSA 세트장 중간에 서서 팝가수 존 레논의 ' imagine' 를 불렀다. 
"상상해 보세요. 남측 사람들이 이곳을 통해 북으로 가고, 북측 사람들이 남으로 내려오는 자유로운 광경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상상에는 국경도 없고 불가능도 없잖아요. 왜 상상조차도 하지 않는 건가요. 긍정적인 상상이 넘쳐야 합니다"
중앙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한 그는 통일 전도사다. 
"나는 외국인으로 중국을 거쳐 바로 북한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런 쉬운 길을 가지 않을 겁니다. 
친구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는 날을 염원하고 그런 날을 만들기 위해 세계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힘을 합칠 겁니다" 그는 한국 사람보다 더 통일을 바라고 있다. 

현리나(왼쪽) 씨와 이홍엽 씨가 세트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 구리에서 온 현미영(32)씨. 남북정상회담 순간을 TV를 통해 지켜봤다는 현 씨는 귀화한 한국인이다. 
"실제 정상회담이 열린 파주시 판문점을 가보고 싶지만, 절차도 복잡하고 오래 기다릴 리 수 없어 서둘러 이곳 세트장을 찾았다"고 말한 그는 "하루빨리 통일돼 기차 타고 중국은 물론 전 세계로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홍기 씨가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세트장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디. 김상선 기자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사는 김홍기(이지오종합건설 대표) 씨가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이곳 세트장을 찾았다.
김 씨는 "동네 분들이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궁금해 하셔서 민통선 안에 있는 판문점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연세도 많고 절차도 복잡해 그 대안으로 이곳 세트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양희 (87) 할머니는 "TV에서 보던 장면을 직접 실물과 같은 세트장을 볼 수 있어 궁금증이 풀렸고, 하루빨리 통일돼 남북이 상호 자유로운 왕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인 정은결(왼쪽) 군과 신규영 군이 세트장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잡고 있다. 김상선 기자

부모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온 정은결(강명초 4년) 군은 "판문점이 어떤 곳인 줄 몰랐는데, 세트장 와 보니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 내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한 민족인데 만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온 김정헌(46) 씨 부부가 세트장 군사분계선 위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강원도 원주에서 세트장을 방문한 김정헌(46), 주상선(46)씨 부부가 노동절 휴일을 맞아 세트장을 찾았다. 
"지난주 있었던 정상회담의 벅찬 감동을 잊을 수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와는 너무나 진일보 했고 변화가 커 반신반의할 정도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믿고 싶다"고 말했다.

남양주 영화촬영소 JSA 영화 세트장을 찾은 관람객들. 김상선 기자

김 씨 부부는 " 남양주영화촬영소가 한 달 후 폐점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있어 조금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트장은 5월5~30일까지, 한 달 동안 무료 개방한 뒤 문을 닫을 예정이다. 

남양주 영화촬영소 세트장을 찾은 관람객들 북측 판문각을 배경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상선기자

 
 

남양주 영화촬영소 JSA 영화 세트장. 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