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양옆에는 ‘술퍼마켓’ ‘술트럴파크’와 같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내부에 테이블 없이 술을 공원에서 마시도록 권장하는 술집이다. ‘테이크아웃’ 맥주는 1000~2000원 할인해준다. 알코올 도수 40도인 미니 보드카도 있었다. 근로자의 날인 1일 오전에는 전날 취객들이 버린 술병과 음식물로 악취가 진동했다. 40년간 인근에서 철물점을 운영해 온 상인은 “공원 개장 이후엔 쓰레기통을 외부에 놓지 못한다. 아침이면 수북이 쌓인다”고 말했다.
‘음주청정지역’ 지정 공원 가보니
과태료 현수막 아랑곳 않고 음주
공원 주변 테이크아웃 술집 성업
명확한 기준 없어 실제 단속 0건
“공공장소 음주 막는 법 개정 절실”
다른 서울시 직영 공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맥주를 즐기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박모(24)씨는 “술을 조절하지 못해 난동을 부리는 취객은 소수에 불과하다. 몇 명 때문에 시민들이 맥주 한 잔 즐기는 여유도 못 부리냐”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부터 공원 내 매점에서 음주 판매를 못 하게 해 반발도 나오고 있다. 서울숲 매점 상인은 “맥주 판매를 못해 매출이 30~40% 줄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도 못 사냐’며 항의하는 시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선진국처럼 공원이나 놀이터에 음주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더욱 강력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 2012년부터 공원에서 음주 행위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나 국토교통부에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박경옥 서울시 건강증진과장은 “관대한 음주 문화가 술이 술을 불러 결국 사고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는 1970년대부터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했다. 센트럴파크와 같은 뉴욕주 내 공원에서는 뚜껑이 열린 술을 갖고 있다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 뉴욕 센트럴파크 홈페이지는 담배에 대해선 흡연 가능 구역을 일부 안내하고 있지만, 술에 대해서는 ‘공원에서는 금지’라는 간단명료한 문구로 금하고 있다. 오홍석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국제이사(건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담배 피우는 게 내 자유인데 왜 공원에서 금지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며 “이런 반응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막는 캠페인을 벌여야 술로 소모되는 사회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