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스포츠 교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평 축구보다는 농구부터 교류를 시작하자”며 “세계 최장신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북조선 농구가 강했는데 리명훈이 은퇴한 뒤 약해졌다. 이제 남한의 상대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한 내용이 문 대통령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허 감독이 리명훈을 마지막으로 본 건 2003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대회에 선수로 출전했을 때다. 당시 회식 자리에서 리명훈이 깍듯하게 따르는 술잔을 받는 허 감독 사진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데 이런 얘기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국제대회에서 나가면 명훈이를 따로 술자리로 불러 이런저런 얘기를 안주 삼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코트에서 하나가 된다면 농구 인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론 명훈이에게 술 한 잔 권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남북 농구 교류를 언급하면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서 언급된 목표인 ‘2018아시안게임 등 국제경기 공동 진출“을 이룰 종목이 농구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여부에 관심이 커졌다.
한국농구협회도 방열 회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구협회는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 의향을 밝혔다.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허 감독은 “우리 대표팀에 부상 선수가 많긴 하다. 하지만 북한 남자 농구가 국제무대에서 사라진 지 오래여서 전력이 베일에 가려있다. 어떤 수준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평가대로 북한 남자농구는 리명훈이 뛰던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위권 실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끝으로 공식 대회에서 자취를 감출 만큼 전력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농구협회는 여자대표팀은 상대적으로 단일팀 구성에 걸림돌이 적다고 본다. 북한 여자 농구는 지난해 아시아컵을 비롯해 최근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한 바 있으며 팀 내에 득점력을 가진 장신 선수들도 포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