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최근 이같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잇달아 쏟아냈다.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매출액과 신사업 부문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자사주 소각하고 사업확대 계획 밝히며 주주 달래기 나서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일부 주주와 시민단체 사이에 이 방안을 놓고 이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도 가치평가 문제를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자체적으로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모비스 분할법인의 영업이익이 모비스 존속법인보다 월등히 높은데 낮게 평가됐고, 글로비스에 넘겨주는 모비스 분할법인은 합병 이후 매출 총이익과 5년 뒤 영구 성장률을 너무 낮게 추정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6.7%, 23.3% 갖고 있다. 한마디로 오너 일가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합병 비율 산정이 이뤄진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없애는 것으로 회사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효과가 크다. 주식 유통물량이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주식수)과 주당 배당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가 부양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가 이번에 소각하는 주식은 모두 854만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3% 규모다.
소액주주가 엘리엇에 동조 땐 지배구조 개편 난항 우려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취약한 지배구조와도 연관이 있다. 현대모비스 인적 분할 및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려면 '의결권 있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참석, 동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모비스 지분 중 오너 측 우호 지분은 개인 지분에 기아차(16.9%), 현대글로비스(0.7%), 현대제철(5.7%) 지분을 더해 30% 정도다. 외국인 지분율은 48%에 달한다. 엘리엇이 반대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그리고 소액주주가 동조하면 합병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세 결집에 나서는 엘리엇에 현대차그룹이 주주환원정책과 미래 사업 다각화라는 대응책으로 맞서고 있다"며 "이같은 정책이 주주들의 마음을 얼마나 얻을지는 내달 열리는 모비스 주총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