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밴드 원리퍼블릭의 보컬 라이언 테더가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밝힌 첫 내한공연 소감이다. 11년 만에 열린 남북 정상 회담에서 연내 종전 선언과 완전한 비핵화 등의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이 나온 것에 대해 반가움을 표시한 것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CNN을 틀어서 뉴스를 봤다”고 말문을 연 테더는 “지난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고 깜짝 고백했다. 그는 “1947~48년 비무장지대(DMZ)를 지키셨다. 한국은 할아버지가 살아생전 방문한 유일한 외국이었다”며 신기함을 표했다. 공교롭게도 밴드명 역시 ‘원리퍼블릭(OneRepublic)’으로 하나의 공화국을 뜻한다.
한국어도 적재적소에 활용해 큰 호응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좋아요”는 물론 ‘어팔러자이즈(Apologize)’를 부를 땐 “같이 불러요”라며 떼창을 유도했고, ‘카운팅 스타즈(Counting Stars)’를 부를 땐 관객들을 향해 “예쁘다”를 외쳤다. ‘굿 라이프(Good Life)’처럼 노래 가사에 뉴욕이나 런던 등 도시명이 나올 때면 ‘서울’ ‘코리아’ 등으로 바꿔 불렀다. 한국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은 ‘웨어에버 아이 고(Wherever I Go)’가 흘러나오자 4500여명의 관객이 열광했다.
이들은 공연 전 불거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왼팔에 일본 욱일기(전범기) 문신을 새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은 테더는 문신도 완벽하게 가리고 무대에 올랐다. 공연 주최사인 현대카드는 “당초 테더가 팔에 붕대를 감았으나 여전히 문신이 비치자 해당 부분을 검게 덧칠해서 가렸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밴드 활동을 했던 라이언 테더와 잭 필킨스(기타)는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테더는 무대 한가운데 피아노를 설치해놓고 감미로운 연주를 선보이다가도 탬버린을 흔들며 흥을 돋웠다. 테더가 손이 부족할 때면 드럼을 치던 에디 피셔가 탬버린을 이어받기도 했다. 드류 브라운의 기타와 ‘제6의 멤버’라 불리는 투어 멤버인 브라이언 윌렛의 건반도 조화로웠지만 브렌트 커즐의 첼로가 단연 돋보였다. 밴드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사운드이기 때문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