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28분쯤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난 가던 이들도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TV 앞으로 다가섰다. 대합실에 있던 TV 3대 앞마다 100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29분. 드디어 두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 “와”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박수를 치는 시민도 있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생중계 화면을 찍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최종미(42·여)씨는 “생중계를 보며 울컥했다”며 “11년 전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중립지역인 판문점에서 만났다. 회담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이뤄져 좋은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관심이 많았다. 서울역에서 만난 마레일리(25·페루)는 “정상회담 생중계를 보며 놀랍고(Surprising) 경이로운(Incredible)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지난주 여행 올 때 부모·친구들이 전쟁 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렸는데, 이번 정상회담 덕분에 부모님 걱정도 덜게 됐다”고 말했다. 18년 동안 한국에 살았다는 호주 출신의 한 외국인(49)은 “이번 회담으로 통일로 바로 갈 수 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단계”라며 “이번 회담의 타이밍이 나쁘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 결과에 걱정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청주시에 산다는 윤은중(64)씨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이번에 ‘비핵화’가 합의된다고 해도 과연 합의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다. 말 뿐인 합의와 평화가 되지 않을 지 걱정”이라며 “이번 합의가 어그러지면 국내 보수·진보 이념 갈등만 더 심각해 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조한대·권유진·정진호 기자 cho.hand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