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은 거침없는 경영 개입을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투자회사다. 그런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에 이어 최근 현대차를 정조준했다. 엘리엇은 겉으로 ‘주주 권한 강화’를 내세운다. “거액의 돈을 투자했으니 기업 경영에도 그만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논리다. 폐쇄적 경영진이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국내 기업은 전통적으로 주주 권리 보장이 약했다는 지적이 있다. 외국계 자본 유입으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법 개정, 기관의결권 강화 추진
소액주주 권한 강화 측면 있지만
외국자본 경영권 침해 악용될 우려
엘리엇, 현대차에 집중투표제 요구
전문가 “방어 수단 먼저 마련해야”
엘리엇의 잔인한 민낯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악명이 높다. 10년 전 부도난 아르헨티나 국채 투자금 전액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며 2012년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해 있던 아르헨티나 군함 세 척을 억류했다. 어린이 구호단체 기부금을 압류하며 콩고민주공화국에 투자금 회수를 종용한 적도 있다.
한국의 상법 개정안은 2013년 입법 예고했다가 무산됐다.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소수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골자인데, 당시도 투기 세력이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선진국의 경우 소액주주권 강화란 장점보다는 주주 간 분쟁과 경영 효율성 저하, 투기 자본의 경영 간섭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폐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쏠림 현상을 피해 최소한의 경영권을 지킬 방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주 권익 확대란 큰 틀은 유지하되 국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마지노선 성격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의 엑슨-플로리어(Exon-Florio) 조항에 따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를 불허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자구 노력도 빠져서는 안 된다. 김영익 서강대(경제학) 교수는 “한국 기업의 배당 성향이 21%로 세계 수준과 견줘 너무 낮다”며 “배당을 확대해 주주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김도년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