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매크로로 인한 과부하, 심각한 장애라 보기 어려워”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8월~2013년 10월 온라인으로 자신이 개발한 매크로 1만1774개를 팔아 약 3억원을 챙겼다. 구매자들은 매크로 포털사이트에 광고성 쪽지를 대량 발송하거나 댓글을 무한 등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포털 서버에는 통상의 최대 500배 부하가 발생했다고 한다. 1심은 A씨가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했다고 보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매크로가 ‘악성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봤다. 매크로로 인한 피해가 ‘해킹’ ‘디도스(DDoS)’ 공격처럼 시스템을 훼손하거나 파괴할 정도여야 하는데, 그만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빠른 속도로 기능을 반복 수행했을 뿐,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아 포털 운용이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매크로로 ‘댓글 조작’도 가능한데…처벌 규정 미비”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피의자들도 이 사건의 A씨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김씨의 핵심 공범인 ‘서유기’ 박모(30ㆍ구속)씨는 지난 20일 열린 영장심사에서 “매크로 사용만으로 컴퓨터 시스템에 장애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으며, 사용자의 의사 표현에 보조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욱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으로는 매크로를 처벌하기가 마땅치 않다 보니 보통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김씨 역시 네이버의 정상적인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김씨에게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매크로 관련 사건의 경우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 김 변호사는 “업무방해죄의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매크로 관련 사건은 통상 약식기소에 벌금형이 많다”고 말했다. 서정욱 변호사도 “드루킹이 정당의 후보자를 좌우하는 경선·대선 관련 댓글에도 개입한 만큼 단순히 한 포털의 업무를 방해한 수준 이상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