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밖에 기사 한 개에 한 아이디로 작성 가능한 댓글 수를 제한하고, 뉴스 댓글 노출 순서를 ‘순공감순’에서 ‘최신순’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추가 인증을 받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과다하게 댓글을 다는 이른바 ‘헤비 댓글러’의 사용 제한에 초점을 맞췄다”며 “구체적인 방침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드루킹 파문에 오늘 개선안 발표
매크로 이용한 반복 공감 막으려
일정 시간 지나야 또 누를 수 있게
댓글 노출도 공감순 → 최신순 바꿔
AI가 이상 감지 땐 추가 인증 검토
전문가 “뉴스 유통 구글식 전환을”
이는 일부 소수의 목소리가 전체의 의견인 양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네이버 댓글을 분석한 웹사이트 ‘워드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약 6개월 동안 한 번이라도 네이버에 댓글을 단 아이디는 총 175만2558개다. 이 가운데 1000개 이상 댓글을 단 아이디는 3518개, 2000개 이상 댓글을 단 아이디는 116개다.
가장 왕성히 활동한 아이디 ‘pant****’은 이 기간 댓글 4299개를 달았다. 정치 분야가 3411개로 대부분이었다. 사실상 제한이 없는 ‘공감’의 경우 아이디 ‘page****’이 받은 공감 클릭 수는 무려 53만1603회나 됐다. 하지만 포털이 내놓은 개선안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드루킹처럼 수백 개의 아이디와 매크로를 확보하면 공감·댓글을 제한하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댓글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테더링 등을 통해 여러 개의 IP(인터넷 주소)를 확보한 환경에서 수백 개의 ‘대포(가짜) 아이디’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방어막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아예 ‘댓글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뉴스 아웃링크 방식의 도입이다. 뉴스 본문을 네이버 페이지 내에서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처럼 언론사 페이지에서 뉴스가 소비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위적인 여론몰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드루킹의 주장처럼 네이버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 곧 여론인 세상이 돼버렸다”며 “뉴스 서비스 방식을 구글식으로 바꾸고, 왜곡된 뉴스 유통 방식과 댓글정책 등 여론 형성의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댓글은 조작된 편견이 주입된 상태에서 기사를 해석하게 만든다”며 “포털은 댓글이 아닌 검색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뉴스를 클릭해 들어갈 때마다 광고 수익을 얻는 현 포털의 수익구조상 포털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최고글로벌책임자는 “우리는 언론사에 콘텐트 비용을 준다”며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