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그늘..."10∼20대 인구감소로 헌혈 부족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18.04.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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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의 중요성과 헌혈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헌혈자의 날'인 14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 헌혈의 집을 찾은 시민들이 점심식사도 미룬 채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 헌혈자의 날은 2004년 헌혈운동관련 4대국제기구(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연맹(IFRC), 국제헌혈자조직연맹(IFBDO), 국제수혈학회(ISBT))가 공동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김성태/2017.06.14

헌혈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0∼20대 인구가 감소하면서 헌혈 부족이 우려된다는 정부의 분석이 나왔다. 초(超)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서 수혈용 혈액 부족 상황까지 닥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오후 혈액관리위원회를 열고 2018∼2022년 혈액수급 전략을 담은 ‘혈액 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심의ㆍ의결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장기적인 혈액수급 안정을 위해 연간 헌혈량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한다. 매년 수요량에 따라 혈액 자급에 필요한 적혈구 제제, 혈소판, 혈장의 연간 필요량을 정하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을 통해 목표를 관리한다.

 
2017년 연령별 헌혈자는 16∼19세가 91만4천명(31.2%), 20대가 116만7천명(39.8%)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30대는 41만4천명(14.1%), 40대는 30만명(10.2%), 50대는 11만4천명(3.9%), 60세 이상은 2만명(0.7%)이다.


정부가 혈액 부족 사태를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헌혈 주력 세대인 10~20대 인구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통계청 장기인구추계에 따르면 2012년 1313만8748명이던 10~20대 인구는 2022년 1126만3815명, 2032년 888만972명으로 줄어든다.

 
복지부는 “현재 29% 수준인 30대 이상 중장년층 헌혈자 비율을 2022년에는 42%까지 늘어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과 프랑스는 30대 이상 헌혈자 비율이 각각 78%, 73%(2015년 기준)다.

또 초중고 학생을 위한 혈액원 견학, 헌혈 과학관ㆍ홍보관을 늘리고, 헌혈의 필요성이 정규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연구도 추진한다. 헌혈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빈혈 검사를 통해 철분제를 제공하는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직장인이 쉽게 헌혈할 수 있도록 ‘헌혈의 집’ 근무 시간과 요일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수혈팩.

희귀혈액형 등록자의 가족은 정기적으로 헌혈하는 등록 헌혈자로 가입하도록 해 검사비를 지원하고, RH(-) 혈액형 응급환자를 위해 24시간 헌혈ㆍ채혈 가능 시스템을 만든다.

혈액원과 의료기관이 헌혈부터 수혈까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통합정보관리시스템을 만들어 혈액의 적정 사용을 유도하고, 혈액정보추적률을 2017년 75%에서 2022년에는 99%까지 높인다.

 
수혈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백혈구를 제거한 적혈구제제를 2022년까지 전면 도입하고, 성분 채혈 혈소판 공급은 현재 48%에서 60%로 확대한다. 이러한 특수 혈액 제제 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수가를 개정한다.

 
강도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중장기 사업계획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