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커지는 포털 개혁론…“여론 왜곡 넘어 민주주의 위기”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서 주범 김동원(49·필명 드루킹)씨 일당이 포털에서 전개한 댓글 공작의 수법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 포털 댓글 시스템을 이대로 둬 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유령 아이디로 댓글을 달고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감수를 마음대로 바꾸는 댓글조작이 여론 조작 통해 민주주의를 망가트리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당 “‘댓글조작 방조 의혹’ 네이버 강제수사해야”
한국당은 댓글조작에 대한 네이버의 묵인ㆍ방조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제수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선 캠프 SNS본부장을 했는데 네이버에서 댓글 조작이 벌어질 때 윤 수석은 뭘 했냐”고 따졌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김경수-드루킹 게이트’가 네이버의 묵인 의혹으로 비화되고 있다”며 “사정 당국은 네이버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야바위꾼들에 장터 내주고 나 몰라라” 비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이날 ‘드루킹 불법 여론조작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정치적 편향 및 뉴스배치 조작 등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과 개인의 권리침해가 심각함에도 당사자인 네이버는 돈벌이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선 포털 개혁 법안들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초점은 포털의 뉴스 제공 방식을 인링크에서 아웃링크로 바꾸는 것이다. 포털에서 뉴스를 클릭했을 때 지금처럼 포털 내부(인링크)에서 기사가 뜨는게 아니라, 해당 언론사 사이트(아웃링크)로 이동해 보게 하는 걸 말한다. 이렇게 되면 뉴스 이용 통로가 다원화되기 때문에 특정 포털을 장악해 댓글 공작을 하는 수법이 안 먹힌다. 구글 등 해외 대부분의 포털이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한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이 인링크 대신 아웃링크 방식을 강제하는 내용의 신문진흥법 개정안을 지난 4일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 송석준 의원도 23일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송 의원의 개정안은 포털 업체가 뉴스를 제공하려면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제공하도록 하고,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기사 매개에 한정하도록 했으며 기사 제목 외 내용 수정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언주 의원도 25일 아웃링크 도입을 의무화하고 기사검색 순위 조작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또 이날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자에 대한 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은 물론 포털 사업자가 기술적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처벌(3000만원 이하 과태료)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국당에선 네이버 등 하루 이용자 1000만명 이상인 포털에 대해선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인터넷 댓글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도입하려면 법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민주당 “표현의 자유 위축 없는 범위에서 개선해야”
김형구ㆍ안효성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