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서정주 등과 함께 천재 시인으로 주목받았던 오장환. 명랑소설가 조흔파. 늘봄 문익환 목사. 세 사람의 공통점은? 1918년생 문인이라는 점이다. 문익환 목사는 민주화 투사, 통일운동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40년대에 등단해 『새삼스런 하루』 등 시집을 7권이나 냈다.
2001년 시작된 탄생 100주년 문학제는 해마다 어떤 공통 주제를 끄집어내느냐가 관심사였다.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상무는 "올해 주제를 '분단과 충돌, 새로운 윤리와 언어'로 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일본 강점기에 태어나 성인이 되던 38년 조선교육령에 따라 한국어 글쓰기가 공식 금지된 데 이어 해방 후 분단, 한국전쟁을 차례로 체험한 1918년생들의 응전을 그렇게 뭉뚱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절망의 늪에 빠진 문인 중 일부는 본격적인 친일문학의 길을 걷거나 탈역사적인 모더니즘으로의 탈출을 감행했다. 김경린·박남수의 새로운 시도를 그런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새로운 윤리와 언어다.
9명의 1918년 문인 중 대중적으로 가장 친숙한 문인은 지난해 별세한 황금찬 시인, 명랑소설가 조흔파(1918~81)다. 3일 심포지엄에서 한양대 유성호 교수는 황금찬 시인의 세계를 '사랑의 시학과 종교적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정리한다.
풍속문화론 전문가로 2016년 세계적인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 후'에 이름을 올린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지영 교수는 소설과 영화 '얄개전'으로 유명한 조흔파 문학의 웃음의 비밀을 분석한다. '근대적 삶의 판타지와 웃음의 쥬이상스'라는 발표문을 통해서다. "웃음은 우월감의 산물"이라는 생전 조흔파의 지론에 기대, 우월감이라는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에서 비롯되는 여유와 성찰이 웃음 가능 조건이라고 진단한 후 쥬이상스 개념을 끌어들인다. 라캉 심리학에서 등장하는 쥬이상스는 규범 안에서의 쾌락을 의미하는 '플레지르'와 구분되는, 규범 바깥의 쾌락, 그래서 '고통스러운 쾌락'이다. 조흔파 소설의 웃음은 "의미의 사이를 파편적으로 미끄러지는 일탈의 서사가 모호하고 불분명한 기대의 충만함을 통해 기쁨을 생성하는 쥬이상스적" 성격이라고 분석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