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부터 아프리카 난민촌까지…에누마 이수인 대표

중앙일보

입력 2018.04.23 05:49

수정 2018.04.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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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임팩트투자사 3곳이 동시에 투자한 스타트업 '에누마'(Enuma)는 엔씨소프트의 게임 기획자이던 이수인 대표가 같은 회사 개발자이던 남편(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과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창업했다. 장애나 학습부진으로 수학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개발한 모바일 앱 ‘토도매스(Todomath)’는 현재 전세계에서 장애 없는 아이들도 유용하게 쓰는 학습 앱이 됐다. 토도매스는 미국 내 1300여 초등학교와 전세계 150개국에서 8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누적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교육 분야 베스트셀러로, 중국 시장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에누마 킷킷스쿨. [사진 에누마]

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적·대안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던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는 ‘토도수학’에 대해 “학습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앱이 결과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좋은 서비스가 됐다”며 “학습 장애의 원인을 아이를 고려하지 않은 기존 학습도구들의 UX(사용자경험)에서 찾고, 이를 탁월한 제품으로 해결한 팀의 역량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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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누마는 현재 세계 최대의 글로벌 비영리단체 X프라이즈재단이 주최하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 대회’에 출전해 최종 5개팀에도 선정된 상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이 기부한 1500만달러(약161억원) 상금을 놓고 전세계 198개 팀이 지원한 대회였다. 지난해 9월 최종 5개 팀에 선정된 에누마는 100만 달러를 지원받아 현재 아프리카 탄자니아 학교들에서 교육 앱 ‘킷킷스쿨’을 서비스하고 있다. 1년 6개월 간 5개 팀이 현장에서 경쟁을 거친 후 내년에 최종 우승팀이 가려진다. 

에누마의 수학교육 앱 토도매스. [사진 에누마]

 
에누마의 킷킷스쿨 앱은 난민촌에 살거나 학교에 갈 수 없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태블릿 앱 킷킷스쿨을 통해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까지 영어와 스와힐리어로 공부할 수 있게 개발됐다. UN 지원하에 우간다ㆍ케냐에서 난민촌 학교를 운영하는 NGO 셰이버 프로젝트의 에드문드 페이지 CEO는 “난민촌 아이들이 킷킷스쿨을 하루 30분 플레이하는 동안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더 의미있는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누마 이수인대표, 토도수학, 아프리카 킷킷스쿨

 
에누마는 기존 교육제도가 풀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할 계획이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공학ㆍ코딩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2억 5000만명의 아이들은 아직도 글을 읽지 못하는 세계에 살고 있고 부유한 나라에서도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 학습에 뒤쳐지는 아이들이 있다”며 “기존 방식으로는 학습 성과가 잘 나지 않던 장애가 있는 아이들, 혹은 학습에 어른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수인 대표는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가를 선정하는 아쇼카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됐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