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각) 기자들을 만나 “외환시장 개입 공개는 우리처럼 성숙한 경제와 외환시장을 가진 나라는 해야 할 일”이라며 “점진적으로 하면서 우리 시장에 연착륙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점진적으로 연착륙 추진 할 것”
악용 가능성 높은 매수,매도 총액 공개는 미룰 듯
“6개월 단위 공개는 아주 드문 형태”...3개월 단위 공개 유력
이와 관련한 중요 참고 기준이 2015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시 작성된 ‘TPP 회원국 거시정책당국의 공동선언’이다. 정부는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으로 출범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 중이라 여러 모로 이 공동선언 내용을 참고해야 할 상황이다.
이 공동선언에는 회원국들이 외환시장 개입 상황에 대해 분기별(3개월)로 매수ㆍ매도 총액을 공개해야 한다는 합의가 포함돼 있다. 다만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다른 회원국과 달리 6개월 단위로 순매수 내역만 공개해도 된다는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이들 국가와 유사한 수준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점진적’, ‘연착륙’이라는 단어를 쓴 것을 두고 매수·매도 총액이 아닌 순매수 내역 공개부터 먼저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순매수 내역 공개는 당국이 외환을 사고판 흔적을 지운 뒤 내역을 알리는 형태다. 예를 들어 매수, 매도 금액이 각각 100원일 경우 순매수는 0원으로 표시돼 얼마를 사고 팔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반대로 매수·매도 총액 공개는 사고 판 내역을 일일이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인이 보기에 정보로서의 가치가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처음부터 매수ㆍ매도 총액까지 공개하면 투기세력이 이를 이용해 원화 강세가 가속화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일단 3개월 단위, 순매수 내역 공개의 형태로 외환시장 개입 공개를 시작한 뒤 매수·매도 총액 공개를 점진적으로 검토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결정 자체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며 "IMF나 미국, G20과 대화도 하고 요구도 받지만, 분명한 것은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또, “외환시장 개입 공개를 한다고 해도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정부가 분명히 대처하는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4월 중에는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내용 발표는 빨라야 다음 달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