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엔 신영수(36), 김학민(35)까지 네 명의 전·현 국가대표 레프트가 있다. 곽승석과 정지석도 사실 지난 시즌까진 동료지만 경쟁자에 더 가까웠다. 네 선수가 두 자리를 놓고 교대로 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공격이 좋은 김학민과 신영수 중 한 명과 리시브 능력이 뛰어난 곽승석과 정지석 중 한 명을 선발로 내는 경우가 많았다. 곽승석은 한시적이지만 수비전문 선수인 리베로로 나설 때도 있었다.
대한항공 우승 이끈 곽승석-정지석 듀오
남자 배구 국가대표 처음으로 나란히 발탁
2006 도하 AG 이후 12년 만의 금 도전
올시즌 대한항공은 힘들게 이륙했다. 시즌 초반엔 중위권을 맴돌았고, 4라운드가 되서야 정상 궤도에 올랐다. 정지석은 "우리 둘이 주전으로 나서는 시스템이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바깥에서 우리 둘의 조합으로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 걸 안다. 수비는 몰라도 공격적인 부분에서 믿음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완성도가 높아진 걸 느꼈다"고 했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공격해보나'란 생각을 했다. 아마 다른 팀이었다면 우리 둘 다 공격보다는 리시브가 주임무였을 거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정지석의 말에 곽승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 받고, 잘 때리는' 둘의 조합이 가장 빛난 경기는 챔프전이었다. 공격적인 서브를 때리고, 상대 서브는 받아내면서 쉴새 없이 후위공격을 날리자 현대캐피탈 수비도 받아낼 재간이 없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언젠가는 흔들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역대 최정상급 리시브 라인"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입단 후 네 번이나 준우승에 머무른 곽승석은 "생각보다 감정이 복받치진 않았다"며 "사실 그 전에 우승을 했다면 몇 번은 더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실 형들이 모두 있을 때 우승하고 싶었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도 했다. 우승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소속팀 우승을 일군 둘은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함께 뛴다. 21명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폐지된 월드리그의 뒤를 잇는 VNL은 5월부터 열리는데 이 대회를 통해 8월 아시안게임 명단도 추려질 전망이다. 레프트는 총 9명이 선발됐고, 이중 전광인(한국전력), 문성민(현대캐피탈), 송명근(OK저축은행)과 곽승석, 정지석 등이 최종 승선할 가능성이 높다. 2006 도하 대회 금메달을 따낸 한국은 2010 광저우, 2014 인천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곽승석과 정지석은 "대표팀에 함께 발탁된 게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