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에 건너면 물벼락 맞는다..중국 횡단보도에 물 뿜는 기둥 등장

중앙일보

입력 2018.04.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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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들의 무단 횡단 문제로 몸살을 앓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다예(大冶)시가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신호등이 빨간 불일 때 길을 건너면 물벼락을 맞는 것은 물론, 이름이 불리며 공개 망신을 당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시험 중이다.  

무단횡단을 하면 물이 분사되는 기기가 설치된 중국 후베이성 다예시의 횡단보도 [웨이보 캡처]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다예시 당국은 최근 130만 위안(약 2억 2000만 원)을 들여 시내 곳곳의 횡단보도에 무단 횡단을 방지하기 위한 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볼라드)을 설치했다. 효과를 시험한 후 이를 시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행자의 허벅지 정도까지 오는 높이의 볼라드에는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와 물을 뿌리기 위한 스프레이가 내장돼 있다. 보행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기 전 누군가 길을 건너려 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물을 분사한다. 
 
볼라드가 물을 뿜는 모습은 잔디에 물을 주는 용도의 스프링쿨러를 연상시킨다. 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매일 깨끗한 26도의 물을 채워 넣을 예정”이라며 “오염되거나 감기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빨간불에 사람이 건너자 볼라드가 물을 분사하고 있다. [중쉰망(中新網) 동영상 캡처]

안면인식 기술 이용, “OO씨” 이름도 불러 
또한 횡단보도 양 옆의 대형 볼라드에는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의 인적 사항을 특정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카메라가 보행자의 얼굴을 촬영하면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후 스피커를 통해 “OO씨, 길을 건너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라는 이름을 포함한 경고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방송한다. 
 
시 당국은 카메라에 찍힌 이들의 모습을 횡단보도 인근의 대형 스크린에 비추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다예시의 이런 대책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에 발 씻기 좋을 것 같다”고 유쾌하게 넘기는 이가 있는 반면, “세금 낭비”라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한 누리꾼은 “볼라드 때문에 노인들이 놀라 넘어지면 어떡하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13억 중국인 얼굴 3초 내 식별하는 시스템 구축
중국의 다른 도시들 역시 무단 횡단을 줄이기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선전(深川)시는 인공지능 기업과 협력해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 개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경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교통 분야 뿐이 아니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중국의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 통제 시스템은 중국인의 일상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공안부가 주도해 13억 중국인의 얼굴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는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섰다.  

안면 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 안경’을 낀 중국 공안의 모습. [AFP= 연합뉴스]

특히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을 개발해 이를 범죄 소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0.1초만에 최대 1만 명의 얼굴을 스캔할 수 있는 이 스마트 안경은 용의자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와 연동돼 범죄자를 찾아낸다. 
 
이번 달 초에는 관중 5만 명이 운집한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의 한 콘서트장에서 수배 중이던 한 용의자가 스마트 안경을 쓴 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다. 공안은 이 기술을 활용, 지난해 설 연휴에도 기차역 구내에서 납치, 뺑소니 등에 관련된 33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이영희 기자·이동규 인턴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