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한 발씩 늦는 경찰의 뒷북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피의자의 인신을 확보한다→증거 인멸 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통화내역 등을 분석한다 →혐의를 찾아 기소한다.’ 수사의 기본 단계다.
김씨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처음 보도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핵심은 매크로 댓글 조작이고 김 의원을 조사한다는 건 너무 앞서 나가는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후 김 의원이 김씨와 최소 다섯 차례는 만났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김씨를 소개해준 사실 등이 밝혀졌다.
부실수사 논란에 경찰은 17일 부랴부랴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하고 수사인력을 보강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 사이 ‘드루킹’ 세력은 닫았던 블로그를 열고, 일부 게시글을 공개로 전환했다. 이들이 공개한 게시글을 인용해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 경찰은 해명하고 수사에 나서는 한심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차기 경찰청장 ‘0순위’라는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자신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까지 연루된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억측 같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런 가운데 19일에는 김 의원실 압수수색 오보까지 등장했다. 경찰이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준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의 부실 수사를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경찰에게 수사 의지가 있기나 한 걸까’, 의구심이 든다.
홍상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