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단위면적당 건축비에는 이토록 예민한데 오랫동안 관심을 주지 않았던 건축물이 있다. 학교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학교 공간은 참 한결같다. 감옥처럼 감시하기 좋게 만든 일자형 건물 안에는 비슷한 크기의 네모 교실이 복도를 따라 쭉 배열되어 있다. 교육 정책은 널뛰듯 바뀌어도 교실은 반세기 넘게 똑같다. 왜 그런 걸까.
1960년대 만들어 90년대 폐지된 표준설계도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도 문제였다. 한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학생들을 수용하기위해 붕어빵 찍듯 표준설계도에 맞춰 학교를 세웠다. 학생 몇 명에 교실 몇 개, 면적은 얼마…. 계산기만 두드리면 학교가 뚝딱 나왔다. 지금도 이렇게 짓고 있다.
서울교육청과 서울시는 초중고 교실을 혁신적인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며 ‘미래교육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16일 발표했다. 하지만 낡은 화장실·책걸상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학교 건축의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건축주에게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묻듯 학교의 사용자인 학생과 선생님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좋은 시스템이 좋은 건축을 만든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내 집 짓듯 학교를 지으면 된다. 우리 아이들의 배움의 공간이 감옥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한은화 중앙SUNDAY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