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원 전 원장은 2014년 9월 11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고 중 가장 가벼운 형량이었다. 앞서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지시해 1157개 계정으로 78만여건의 트윗을 작성, 유포한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정원법 위반(정치 개입)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징역 4년 선고
'뜨거운 감자' 선거법 위반 인정돼
5년간 판단 엇갈린 재판만 5차례
윤석열 항명, 채동욱 논란 등 불거져
특히 이 재판에선 트위터 계정 175개만 국정원의 공작 활동에 이용된 것으로 인정됐다. 또 ‘4.25 지논 파일’ ‘시큐리티 파일’ 등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은 심리전단 직원인 김모씨의 이메일에서 압수한 텍스트 형식의 파일로 당시 검찰이 국정원 공작에 쓰인 트위터 계정을 추론하는 중요한 근거였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과 조직을 특정 정당 반대활동에 활용했다.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동으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 등이 증거로 인정됐고,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 트위터 계정(1심 175개 인정)도 716개로 늘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사건은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425 지논, 시큐리티 파일에 증거 능력이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18대 대선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사이버 활동을 한 것을 선거법 위반으로 봤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회의에서 수차례 선거 관련 발언을 하면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말까지 했고, 여당 승리를 목표로 여론조사와 선거대책 수립 등의 활동을 해 선거활동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최종 선고했다.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사이버팀 활동은 객관적으로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라며 “원 전 원장이 불법 정치관여와 선거운동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5년간 원 전 원장은 구치소와 법정을 오가며 추가 혐의로 기소돼 별도 재판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2016년 알선수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2개월이 확정됐고, 국정원 ‘방송 장악’ 의혹으로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국정원장 재직 시절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검찰 기소를 앞두고 있다.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013년 10월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는 이후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아 수사에서 배제된 채 대구ㆍ대전고검 등 ‘한직’을 전전했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수뇌부의) 외압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기소도 제대로 못 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윤 지검장은 이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고,새 정부 출범 뒤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현재 검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당시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에서 혼외자 관련 정보 등을 불법 수집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