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기묘한 감상을 주입한다. 아바나에는 피델의 동상이 없다. 평양에는 김일성·김정일 동상·기념물이 넘친다. 북한과 쿠바는 형제국이다. 김일성과 피델은 반미(反美)사회주의 리더십을 주도했다. 지금도 양국은 다짐한다. “대(代)를 이어 친선을 강화시키자.” 두 나라는 오랜 독재국가다. 통제와 인권 억압의 통치방식은 비슷하다. 하지만 지도자의 우상화 문제에서 극단적으로 갈린다.
18일 카스트로 59년 통치 마감
형제국 북한·쿠바 권력 달라
아바나에 우상화 동상 없어
북한은 체제와 핵의 수출국
핵은 절묘한 요술을 부린다
‘문-김 회담’ 새판 짜기 출발점
북한과 쿠바는 신화의 통치 효용성을 잊지 않는다. 그 속에 거짓과 진실이 공존한다. 골리앗(미국)을 물리친 다윗(쿠바)의 신화는 재생산된다. 1990년 초기 소련이 몰락했다. 경제 지원이 끊겼다. 북한은 공포정치와 주민통제를 강화했다. 쿠바는 강경·유화책을 섞었다. 피델은 주민의 집단 망명을 여러 번 허용했다. “조국이 싫은 사람은 떠나라.” 쥐가 고양이를 문다. 막다른 골목에서다. 대중의 저항심리는 미묘하다. 망명 인정은 경제난과 체제 불만의 배출구다. 피델의 체제 관리 방식이다. LA 다저스의 외야수 푸이그는 쿠바 출신이다. 그의 쿠바 탈출은 여섯 번 시도 후의 성공이다. 그것은 쿠바의 취약한 경제에 도움을 준다. 미국 거주 쿠바인들의 본국 송금을 활성화시켰다. 쿠바는 정치 목적 없는 망명자 처벌에 유연하다. 탈북자의 처지와 다르다.
북한의 통치 방식은 절대 권력자들에게 기이한 상상력을 제공했다. 1970년대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평양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다. 대규모 군중집회, 개인숭배의 선전·선동, 거대한 건축물은 그의 권력 심리를 장악했다. 그는 개인숭배를 강화했다. 수도 부쿠레슈티에 엄청난 인민궁전을 지었다. 차우셰스쿠는 군중 시위 속에서 처형당했다(1989년). 평양을 흉내 냈던 독재자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도 비슷하다.
시리아에는 북한의 그림자가 뚜렷하다. 알아사드 부자의 세습에 북한의 비법이 스며들어 있다. 핵·화학무기 개발에도 북한과 거래가 있다. 북한은 시리아의 알키바 원자로 건설을 지원했다. 2007년 이스라엘 공군기들은 그곳을 급습, 파괴했다. 시리아 정권은 침묵을 지켰다. 북한의 지원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이스라엘의 자세는 군사적 영감을 준다.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피작전’ 모델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삼대 세습의 결정판이다. 핵무기는 마법의 절대 반지다. 그 반지는 요술을 부린다. 김정은의 평판과 위상은 달라졌다. 그는 잔인한 처형자였다. 이젠 유력한 게임 체인저가 됐다. 김정은에 대한 강대국들의 대우도 깍듯해졌다. 동북아의 판이 커졌다. 문재인-김정은의 4·27 정상회담은 판짜기의 본격 출발점이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세기의 결판으로 예고되었다.
그럴수록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 힘들다. 절대 반지를 빼면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그 순간 북한은 가난한 나라가 된다. 김정은은 그런 국가의 독재자일 뿐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의 발언은 설득력을 얻는다. “김정은이 핵을 폐기하지 않고 2~3년 시간을 끌 것이다.” 북한 삼대 세습의 통치술은 절묘하다. 외교 역량은 비축돼 있다. 북한의 장기는 기만과 교란, 불확실성이다. 문 대통령은 역습과 담판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