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B 이재철의 부자 따라잡기
또 세 자녀가 홀로 남은 A씨를 보살펴줄 형편이 안 된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A씨 본인 스스로 생활비도 마련해야만 한다. A씨는 유일한 소득원인 5층짜리 상가 월세는 노년 생활비로 사용하고 사후에는 삼형제가 다투지 않고 이 재산을 상속받게 하고 싶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막내아들은 일정 기간 임대료를 통한 생활비 관리를 누군가가 해줬으면 하는 차에 필자와 상담을 진행하게 됐다.
보증인 필요없는 유언대용신탁
상속 및 사후 재산 관리에 적합
조건·기한 설정과 변경 간편
계약서에 따라 신탁회사가 집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언장과 유언대용신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유언장은 단지 유언서만 작성돼 있을 뿐 재산 관리는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신탁 계약을 통해 생전부터 재산 관리가 가능하고 사후에 본인의 유지대로 관리와 운용이 가능하다. 미성년 또는 장애가 있는 자녀가 있을 경우 성년이 될 때까지 또는 확실한 보호자가 지정될 때까지 관리·운용을 하기 때문에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유언 집행을 하게 된다.
유언장은 유언장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2명의 보증인이 필요해 심리적인 부담이 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기존에 작성된 신탁 계약서에 대한 변경 계약만으로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 신탁 계약을 통해 계약 내용의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부양신탁, 불효방지신탁이라 불리는 이유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보다 많은 손자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만약 유언장을 통해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경우에는 한 세대의 수증자(유산을 받을 사람)만 지정이 가능하다. 풀어 말하면 자녀·손자·사실혼 배우자 등을 수증자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사망했을 경우의 수증자까지는 지정할 수가 없다. 재산을 안정적으로 대물림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유언장과 유언대용신탁엔 일정한 조건을 걸거나 기한부 유증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언장은 조건과 기한 성립까지 상속 대상 재산의 관리 주체가 없어 상속 재산을 보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조건과 기한 설정이 가능하다. 미리 정한 조건과 기한이 맞아떨어질 때까지 은행 등 신탁회사가 상속 재산 관리를 하므로 상속 재산 보존이 가능하다. 특히 수익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아주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상속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인의 유지대로 상속 재산이 정확하게 집행이 되는가다. 자필 증서의 유언은 효력 발생 요건이 엄격하다.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피상속인 사망 후 유언서로써 효력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증서의 경우에는 유언집행자 문제가 나올 수도 있어 상속인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은행 등 신탁회사는 신탁 계약서에 따라 지정된 수익자에게 신속하게 신탁된 재산을 이전하게 되므로 상속인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지게 된다. 은행 등 신탁회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상속 집행을 하기 때문이다.
이재철 KEB하나은행 Club1 PB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