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한국GM '먹튀론' 3대 의혹 따져보니 '근거 부족'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제시한 한국GM의 법정관리(법원 주도 기업회생절차) 시한(20일)이 임박했지만, 노사는 자구안에 합의를 못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여·야 정치권은 GM과 KDB산업은행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GM 본사가 한국GM의 이익을 빼돌리는 '먹튀' 행각을 벌였고, 이를 2대 주주 산업은행이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GM 본사의 고금리 대출, 과도한 연구개발비 부담, 본사의 불합리한 완성차·부품 거래 의혹 등 한국GM 부실 원인으로 제기되는 세 가지 의혹을 GM 본사 연례보고서(GM 10-K)와 한국GM의 회계장부·신용평가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금리 대출? GM 본사도 5%대 금리로 빌려, 같은 금리로 대출
연구개발비 부담? 매출액 대비 3~4%로 일정
그러나 200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GM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액 비중을 조사하면 모두 3~4% 수준으로 일정하게 나타난다. 연구개발비 지출이 는 시기에는 매출액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이는 해외 현지법인의 매출액 비율에 따라 해외 자회사 전체 연구개발비 지출액을 분배하는 '비용분담협정(Cost Share Agreement)'에 따른 것이다. 해외 자회사 전체에 적용하는 똑같은 연구개발비 처리 기준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만 과도한 연구개발비를 지출토록 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박해호 한국GM 부장은 "감사보고서에 공시돼 있지는 않지만, 지출된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본사가 다시 돌려주는 정책(용역매출수익)도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부품 부당 거래? OECD 규약 따라 거래
민주노총 주최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황현일 경희대 사회학 박사도 2012년을 기점으로 한국GM 성장세가 하락한 핵심적인 이유로 ▶중국 공장의 생산 능력 확장 ▶유럽 쉐보레 브랜드 철수에 따른 판매 시장 축소 ▶한국GM의 독자 차량 개발 이점 상실 등을 꼽았다.
부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대안도 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런 거시적인 상황은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바꾸기 어렵다. 또 GM의 한국 시장 철수 여부는 GM 본사의 경영 판단으로 이에 관여할 수도 없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해도 괜찮다면, 한국 정부는 이에 맞춰 실업 대책을 고민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GM이 한국에 계속 남아주길 바란다면 그럴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기술이 뛰어난 협력업체들이 많고, 미래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한국 시장의 장점을 살리고 한국 공장의 고비용 구조를 극복해야 GM도 계속해서 한국에서 사업할 이유가 생길 것이다. 현대차나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이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과 같은 잣대로 GM을 바라봐야 한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